제820장

서정희는 씻고나서 마음을 안정시키려 앉아있었다. 염정훈과 이미 이혼한 상태이고, 재혼하더라도 염정훈과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단지 남자랑 잠깐 접촉이 있었는데, 그게 뭐라고. 염정훈을 위해 평생 독수공방이라도 해야 된단 말인가? 서정희가 지금 막 아이의 손을 잡고 떠나가려 하는데, 민경은 발걸음을 멈추고, 손가락에 묻은 보라색 액체를 보면서 물었다. “엄마, 이걸 봐요.” 서정희는 고개를 숙였다. 이건 뭐지? 오디의 진액 같아 보였다. 그런데 오늘 오디를 먹은 적이 없는데...... 아침 일찍이 청소부가 이미 청소를 했는데, 왜 이런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는 거지? 문을 열자 바닥은 닦은 지 얼마 안 되어 아직도 물기가 있는 상태였다. 그러자 청소부가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했다. 서정희는 의아해서 물었다. “평소에는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했는데, 오늘에는 왜 점심에 닦는 거죠?” “방금 전에 배달원이 조심하지 않아서 넘어져 음식이 바닥에 떨어져서 다시 청소했어요.” “네, 알겠어요.” 서정희는 민경의 손가락에 묻은 것도 조심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한테서 묻은 거라고 생각했다. 염정훈은 온 오후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서정희도 그를 찾지 않았다. 저녁에 서정희가 민경을 데리고 바닷가에서 일몰을 보는데, 아이가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민경아, 기분이 안 좋아?” 민경은 바다 저 끝에서 떨어지는 해를 보면서 낮은 소리로 옹알거렸다. “오빠가 보고싶어요.” 두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함께였다. 비록 동갑이었지만, 여태껏 오빠가 동생을 돌봤다. 지한과 함께 도망쳤던 나날에, 가끔은 먹을 음식이 없어서 지한이 바다 물고리를 잡어오면 그들은 가장 여린 부위를 민경에게 주었다. 큰 도시에 들어가면 무엇을 먹든 간에 그들은 민경이 우선이었다. 오빠는 태양이고, 자신은 달이라면서, 아빠는 늘 두 사람이 서로 도와줘야 한다고 가르쳤다. 엄마와의 생활이 즐겁긴 하나, 민경의 마음 한 구석에는 오빠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 서정희는 민경을 품에 안았다.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