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18장

그렇게 한 달이 지나갔다. 섬에서의 생활은 소박하면서도 즐거웠다. 서정희의 건강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종양은 여전히 시한폭탄처럼 그녀의 체내에 있었지만, 적어도 예전보다는 살아가고 싶은 소망이 생겼다. 임성훈과도 관계도 많이 호전되었다, 그녀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대부분 시간은 염정훈이 민경과 놀아주었다. 그래서 세 사람은 접촉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이때 민경은 또 물놀이를 하겠다고 졸랐다. 서정희는 어쩔 수 없어서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염정훈은 수영장 옆에 앉아있었다. “삼촌, 저랑 같이 놀아요.” 염정훈은 물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했다. 그는 몸에 특수한 식물의 즙을 발라서 피부 톤을 감췄다. 다만 물을 만나면 바로 퇴색할 것이다. 여태껏 사람들의 눈을 속일 수 있었던 것은 달라진 그의 피부 톤 외에, 한때 서정희가 진짜 죽은 줄 알고 뼈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말랐기 때문이었다. 서정희가 그와 몇 년 동안 생활했었기에 그에 대한 인상이 여전히 예전의 체형에 머물러 있었다. 그래서 그는 습관, 체형, 피부 톤, 어투와 얼굴만 바꾸면 그녀의 눈을 속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대해서 서정희보다 더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일단 바닷물에 들어가면 서정희는 그가 염정훈이라는 것을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염정훈은 멀리에서 서정희와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민경은 서정희가 몸이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마음껏 놀지 못했다. 그러자 서정희가 염정훈을 향해 소리쳤다. “성훈 씨, 민경이랑 좀 놀아줄래요?” 그는 일부러 시간을 확인하는 듯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아침에 과일을 주문했는데, 아마 곧 배달 올 것 같아요.” 그의 반응에 서정희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임성훈은 여태 그녀의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자신을 구하던 당일에도 물 옆에는 나타나지 않았고, 멀리에 있었다. 혹시 물을 두려워하는 건가? 모든 사람은 제 나름의 약점이 있기 마련이기에 서정희는 더 이상 묻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