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6장
서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그저 배 위에 있을게요. 괜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요.”
임성훈은 잠깐 멈칫하더니 물었다.
“정희 씨, 혹시 물어보면 실례될지 모르겠지만, 왜 굳이 밀입국하려고 하는 거예요? 워낙 건강이 안 좋은데다가, 국내에 가족도 없다고 들었는데, 돌아가는 이유가 뭐예요?”
“음. 일이 좀 있어서요.”
서정희는 아무런 단서도 남기지 않았다.
임성훈도 알아차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럼 얼른 쉬어요.”
화물선이 섬에 정박하고 배에 필요한 물품을 보충하는데 반나절이 걸렸다. 서정희는 아예 갑판 위에도 나가지 않고, 방안에 머물렀다.
그녀는 빨간 필로 캘린더에 한 획을 그으면서 A시까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세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는 두 아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선원 한 명이 와서 알렸다.
“정희 씨, 죄송한데, 지금 배에 좀 문제가 생겨서 기술인원들이 정비하고 있어요. 오늘은 출발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럼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빠르면 하루면 되고, 늦으면 2, 3일이 걸릴 거예요. 지금 다들 힘을 모아서 수리하고 있어요. 선장님이 정희 씨에게 상황을 알리라고 해서 왔어요. 배에서 심심하면 섬에 내려가서 돌아봐도 돼요.”
“네, 알겠어요.”
서정희는 섬 풍경에 관심이 없었다.
“그냥 방에 있을게요.”
“네. 선장님과 다른 몇 명은 음식점에 가서 술을 좀 마실 것 같은데, 일이 있으면 전화로 연락해요.”
“네.”
항구에 정박한 저녁은 파도소리가 적어서 고요했다.
서정희는 갑판위에 앉아서 별들을 보고 있었다.
이때 어깨위에 외투가 걸쳐지더니 임성훈이 그녀의 옆에 앉았다. 처음으로 그가 맥주캔을 들고 있는 모습을 봤다.
“왜 음식점에 가지 않았어요? 바다 위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힘들죠?”
임성훈은 긴 손가락으로 맥주캔을 따고는 몇 모금 마시더니 답했다.
“저의 직책은 정희 씨를 보호하는 일이에요. 돈을 받았으면 대가를 치러야죠. 그리고 저는 힘들지 않아요.”
서정희는 턱을 괴고 반짝이는 별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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