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93장

임성훈을 만나자마자 서정희가 물었다. “모찌는 잘 있어요?” “네, 잘 지내고 있어요. 친구에게 부탁했어요. 잘 돌볼 거예요. 임 선생님은 다른 사람이 정희 씨를 잘 돌보지 못할까 봐 저를 보낸 거예요.” “그럼 부탁할게요.” 서정희는 말을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착각인가? 작별해야 할 사람과 재회했는데, 기쁨보다도 수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 나타나지 말아할 사람이었는데, 엄청 합리적인 이유로 이곳에 나타났다. 서정희는 임성훈을 멀리해야 한다는 예감이 들었다. 잘 모르는 사람과 너무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일부러 임성훈을 피해 다녔다. 그 후로 그녀는 거의 방을 나서지 않고, 음식도 방안에서 먹었다. 임성훈은 끼니를 그녀의 방까지 가져다주었고, 서정희는 그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고 거의 소통을 하지 않았다. 임성훈의 표정도 늘 똑같았다. 서정희가 자신을 멀리한다고 해서 태도가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매일 끼니 3번을 제시간에 배달해 주었다. 게다가 오후에는 미리 신선한 과일을 준비해 주었고, 사과도 먹기 좋게 깎아서 가져왔다. 분명 거칠게 생겼는데, 속은 섬세한 사람이었다. 서정희는 임성훈이 가져온 포도를 만지작거리면서 사색에 빠졌다. 예전에는 아주머니가 음식을 준비해줬고, 서정희는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말해준 적이 없었다. 음식이든 과일이든 아주머니가 준비해주는 걸 먹었다. 임성훈도 그녀를 돌본 적 있지만, 일부러 그한테 자신이 뭘 먹겠다고 말한 적이 없었기에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그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배에 타서부터 지금까지 끼니든 과일이든 매일 다른 걸 가져오는데, 기본상 그녀의 입맛에 맞았다. 예전에 아주머니도 가끔은 그녀가 싫어하는 요리를 준비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배에 올라탄 이후로는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이 한 번도 없었다. 확률을 따져보면 합리적이지 않았다. 이 세상에는 그녀를 자신만큼 잘 아는 사람이 딱 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