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3장

이렇게 무던한 사람을 염정훈과 엮다니. 서정희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네, 어릴 때 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는데 시골이다 보니 좋은 사료 같은 건 못 먹이고,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였죠.” 서정희는 며칠 간 줄곧 표정이 굳어있었다. 그런데 임성훈의 말을 듣자 미소를 보였다. “좋아하면 모찌와 많이 놀아줘요. 작은 고양이들은 에너지가 넘쳐나서 저의 체력으로는 얼마 놀아주지 못해요.” 그녀는 아직도 다리와 발이 불편했다. 웅크리고 앉을 수도 없었고, 몸을 크게 움직이면 바로 머리가 어지러웠다. 다행이 모찌가 그녀와 함께 있을 때에는 조용히 그녀의 다리 위에 누워 있기만 했다. 임성훈은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정희 씨만 괜찮다면 매일 놀아줄 수도 있어요.” “그럼 모찌를 부탁할게요.” “아니에요. 정희 씨는 아직도 오랫동안 휠체어에 앉아 있어야 해요?” 임성훈은 그녀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네.” “잠깐만요.” 임성훈은 거실에서 담요를 가져다가 서정희에게 걸쳐주었다. “임 성생님이 정희 씨 매우 허약하다고 했어요. 이곳은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지만, 그래도 추워요. 감기 조심해요.” 서정희는 담요를 보면서 멈칫했다. 마음속에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부풀어 올랐다. 고개를 들자 임성훈은 손을 어디에다 둘지 몰라 했다. “저......정희 씨, 제가 혹시 뭘 잘못했나요?” 서정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저 옛날 생각이 나서요.” 어쩌다가 두 사람 사이에 이렇게 많은 대화가 오갔다. 그래서 임성훈도 용기를 내어 물었다. “무슨 생각인지 물어도 될까요?” “그저 저랑 안 지 얼마 안 되는 성훈 씨도 저를 관심할. 줄 아는데, 저랑 가장 가깝다는 사람들은 왜 저에게 상처만 줄까요?” 임성훈은 풀밭에 앉더니 고양이랑 놀아주면서 말했다. “어릴 때 우리 집에 어미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어요. 고양이의 배가 커져가는 걸 보면서 얼마나 많은 귀여운 작은 고양이들을 낳을까 기대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드디어 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