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2장

임성훈의 말을 듣자 서정희의 머릿속에는 모찌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염정훈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등골이 오싹해났다. 이때 임성훈이 느긋하게 한 마디 덧붙였다. “어쩌면 정희 씨가 예전에 키웠던 고양이가 다시 찾아온 걸 수도 있어요. 이 세상 모든 동물은 영을 가지고 있거든요. 어쩌면 다른 방식으로 이 세상에 태어나 정희 씨 옆으로 찾아왔을지도 모르죠.” 그 말을 듣자 서정희의 잔득 찌푸러졌던 미간이 풀렸다. 그건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서정희가 새로운 방식으로 삶을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동물병원에 도착하자, 수의사가 고양이를 전면적으로 검사하는 내내 서정희는 긴장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혹시나 갓 태어난 고양이가 면역력이 낮아 돌아다니면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도 감염되었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이때 수의사가 장갑을 벗으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고양이가 아주 건강해요. 그저 몸이 더러울 뿐이지 귀진드기마저 없어요. 목욕시키고 제때에 예방접종을 하면 돼요.” 서정희는 그제야 한시름을 놓았다. “정희 씨,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가서 고양이를 목욕시키고 올게요.” “네.” 서정희는 밖에서 유리창을 통해 고양이를 지켜보았다. 그녀의 시선은 고양이를 떠난 적이 없었다. 잃었었기에 더 소중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서정희는 여전히 고양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그녀는 이미 고양이를 모찌라고 여기고 있었다. 작은 고양이도 그녀를 엄청 좋아했다. 작은 솜뭉치만한 녀석이 그녀의 다리에서 재롱을 부리지 않으면, 꼬리처럼 그녀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녔다. 저녁에 잠 잘 때에도 그녀의 품속에서 잠들었다. 서정희의 허전했던 마음도 뭔가 고양이로 인해 채워지는 듯했다. 그런데 그녀의 착각인지 모르지만, 잠 잘 때 늘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눈을 떠보면 누구도 없었다. 커튼을 치지 않았기 때문에 한눈에 정원을 내다볼 수 있었다. 밖은 고요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매화나무 아래에 한 사람이 서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