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0장

서정희는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돈이 많이 부족해요? 집에 다른 식구들이 있어요?” 임성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고향에 어머니가 계시고 집에 소 몇 마리를 키우고 있어요.” “결혼 안 했어요?” “이 바닥에서 일하려면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저에게 시집오면 마누라가 매일 독수공방해야 할 텐데 다른 사람의 시간을 그렇게 낭비할 수는 없죠.” “그 전에 어디서 일했어요?” “평생 떠돌아다녔어요. 어릴 때 집이 가난해 일찍 부대에 들어가 군인이 되었어요. 제대 후 이곳저곳을 다니며 다 일해 봤습니다. 카지노, 야간공연, 사설 경호원, 파이터, 돈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전부 마다하지 않았죠.” “여기 오기 전에는 누구와 같이 일했어요?” 서정희는 더 이상 예전의 착하고 발랄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차분한 표정 속에도 섬뜩한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었다. 이제 많이 성숙해져서 쉽게 누구를 믿지도 않았다. 그녀의 물음에 임성훈도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카지노에서 사채업자로 일했죠.” “카지노 수입도 괜찮았을 텐데 왜 그만뒀어요?” “짭짤하긴 한데 제가 큰 금기를 어겼어요.” “네? 어떤 금기인데요?” “돈을 받으러 갔을 때 빚쟁이의 형편이 어려워 돈을 못 내면 아내가 대신 출근해 빚을 갚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 집 딸이 무릎을 꿇고 빌어서 저도 안타까운 마음에 그만... 그러다가 직장을 잃었어요.” 여기까지 말했을 때 임성결이 한마디 끼어들었다. “정희야, 내가 미리 알아봤어. 조금 전에 한 말들 거짓말은 아니야. 현지 조폭들의 노여움을 사는 바람에 우리에게 오게 된 거야. 믿을만한 친구를 통해 소개받은 거라 걱정하지 않아도 돼. 행동도 민첩하고 빨라 너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거야.” 서정희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뜨뜻미지근한 그녀의 태도와 더불어 또 몇 가지 규칙을 세웠다. 허락 없이는 그녀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갈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을 때 3미터 떨어져 있어야 하고 함부로 말을 걸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