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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염정훈은 아무 말 없이 굳은 얼굴로 차갑게 양한서 손에 들린 보고서를 쳐다봤다 염정훈의 주시에 양한서는 부담감이 배가 되는 것같아 얼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결과가 나왔어요. 마음 놓으세요, 대표님. 제가 사모님께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거라고 그랬잖아요. 여기 검사 결과지예요, 보세요.” 아무 문제도 없다고? 서정희는 미간을 찌푸렸다. 만약 초기라면 CT에서 보이지 않는 것도 정상이었다. 초기에는 장기 자체에도 그다지 큰 병변과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서정희는 지금 이미 중말기에 도달했으니 일반적으로는 문제가 발견되어야 하는 게 맞았다. 그녀가 깊게 사색에 잠겨 있을 때, 염정훈은 내내 졸이고 있던 마음을 드디어 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안색이 더욱더 차갑게 변했다. 그는 천천히 서정희에게 다가갔다. 점점 가까워지는 염정훈을 본 서정희는 폭풍이 휘몰아칠 것 같은 한기가 느껴졌다. 서정희는 뚫어지게 쳐다보는 염정훈의 시선에 조금 불안해졌다. 도대체 뭘 봤기에 이러는 걸까? 서정희는 자신의 병을 알게 된 염정훈의 표정을 상상해 봤지만 이렇게 화를 낼 거라는 것만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염정훈은 이미 지척까지 다가와 그녀를 깔아보고 있었다. 두 눈에는 온통 분노만 가득했다. “결과…” 서정희가 입을 열자 염정훈은 한 무더기의 결과지를 그녀에게 내던졌다. 이내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직접 봐!” 서정희는 CT 보고서를 찾았다. 보고서는 아무런 이상도 보이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적혀있었고 심지어 그녀의 혈액 검사지에도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가 4가 넘어가고 있었다. 백혈구 수치가 상승한 건 어젯밤에 주사를 맞아서 그런 거라고 치지만 CT 결과는 명확하게 문제가 있었다. 이 개인 병원의 시설 수준으로는 절대로 문제를 찾아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결과가 명백하게 눈앞에 펼쳐졌고 서정희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염정훈이 갑자기 몸을 숙이더니 양손으로 그녀의 양 옆을 짚었다. “서정희, 난 확실히 널 얕잡아봤군.” 고개를 든 서정희는 염정훈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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