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양한서는 비록 두세시간밖에 자지 못했지만 지금은 여전히 정신이 쌩쌩햇다. 염정훈이 자리에 없는 것을 본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는 정말로 사모님을 걱정하고 계세요. 그러니까 이렇게 특별히 검진을 준비한 것 아니겠어요?” 걱정? 서정희는 그 두 글자에 웃음이 다 나왔다. 자신에게 검진을 준비한 건 그저 살아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앞으로 더 쉽게 괴롭히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다만 서정희는 만약 염정훈이 정말로 자신이 위암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다. “좋아요.” 서정희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그녀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검사 항목은 적지 않았지만 유독 내시경만은 빠져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시경을 하려면 새벽부터 설사약을 먹고 장이 깨끗해질 때까지 몇 번이나 배출을 한 뒤 마취를 받고 검사를 해야 해 몹시 귀찮아다. 서정희의 몸은 원래도 허약해 그 과정들을 견뎌낼 리가 없는 데다 학생일 때 염정훈과 결혼한 탓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어 일반적으로 위장에 문제가 생길 확률은 높지 않았다. 양한서는 서정희의 위장이 좋지 못하다는 쪽으로는 생각도 하지 못해 이쪽 검사를 특별히 추가하지는 않았다. 검사를 마친 뒤 결과는 가속 처리되었고 오전 내내 굶었던 서정희가 막 죽 두어술 떴을 때 염정훈이 문가에 나타났다. 길쭉한 자태에 늘 그렇듯 차가운 얼굴의 염정훈은 막 회사에서 온 듯 딱 맞는 정장차림이었다. 블랙 앤 화이트 무늬의 넥타이는 더욱더 위엄있어 보이게 했다. 그 넥타이는 예전에 서정희가 선물한 것으로 서정희는 그것을 보자 당시 자신이 넥타이를 매주던 달콤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2년이 지난 지금, 서정희의 마음에는 시큰함만 나았다. 염정훈의 시선이 서정희의 창백한 얼굴로 향했다. 왜 매번 볼때마다 서정희는 늘 저렇게 유약한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진짜로 몸에 이상이 있는 걸까? “염정훈 씨, 안 죽으니까 걱정마요. 앞으로 죽으려고도 하지 않을 게요.’ 서정희는 두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