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5장

뺨을 맞은 염화진은 오히려 병적인 웃음을 드러냈다. “그래. 미쳤어! 왜 이 세상의 고통을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데? 내가 지옥에 있는 한 다른 사람도 같이 지옥에 있어야지! 오빠, 탓하려면 오빠가 그 여자를 사랑한 것을 탓해!” 말을 하던 염화진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다시 입을 열었다. “나 때리는 거? 상관없어. 하지만 나는 그저 배후에 있는 사람이었을 뿐 실제 행동은 오빠가 한 거야! 오빠가 서정희를 믿지 못하고 무시하고 괴롭혔어. 서정희를 가장 아프게 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오빠라고.” 다시 손을 들어 때리려던 염정훈은 순간 염화진의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희를 해친 장본인은 자신이었고 그 누구도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담배에 불을 붙인 염정훈은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서정희는 떠났어. 나는 모든 것을 잃었고. 만족해?” 염화진은 한껏 초췌해진 염정훈의 얼굴을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 염정훈이 담배 한 대를 타 피울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분위기는 쥐죽은 듯이 고요했다. 염정훈은 다시 고개를 돌려 염화진을 바라보았다. 그런 일을 겪었으니 염화진의 마음에 분명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아주 극단적으로 변해 어쩌면 서정희가 원망스러웠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와 서정희를 갈라놓으려 하고 집안을 풍비박산 내며 아이까지 잃게 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커 보였다. “너 말고 누가 이 일에 가담했어?” “아무도 없어. 다 내가 한 짓이야. 내 목표는 서정희를 괴롭히고 죽이는 거야. 이제 목표 달성했으니 나를 죽이려면 죽여도 돼. 나는 더 이상 아무 불만이 없으니까.” 이미 손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염화진을 보고 염정훈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염정훈이 방에서 나오자 진영이 다가와 물었다. “염 대표님, 뭐 알아내신 거라도 있으세요?” “정희가 질투 나서 그랬대. 그런데 뭔가 수상한 부분이 있어.” “뭐가 수상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