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6장

염정훈은 두 손을 부르르 떨며 돌 위에 있는 결혼반지와 편지를 집어 들었다. 편지를 뜯는 간단한 동작이었지만 손이 떨려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옆에 있던 진영이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염 대표님, 제가 할게요.” 이 편지를 본다고 해도 현실을 바꿀 수 없었다. 모두들 이미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염정훈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편지를 꺼냈다. 아니나 다를까 익숙한 글씨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 출장을 가면 서정희는 몰래 그에게 편지를 썼다. 주소를 몰랐던 그녀는 하고 싶은 말을 병에 담아 정원 땅밑에 묻었다. 우연히 그녀의 행동을 발견한 염정훈은 출장에서 돌아와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바로 그녀가 묻은 곳을 파헤쳐 새로운 편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편지에 쓴 단어와 문구는 영락없는 귀여운 소녀였다. 손에 있는 이 편지와 매우 달랐다. 지금 이 편지에는 몇 글자 쓰여 있지 않았지만 구절마다 단어마다 결별을 언급하는 것이었다. [정훈 씨, 사는 것이 너무 괴로워 더 이상 못 버티겠어. 이번 생으로 우리의 인연이 끝났으면 좋겠어. 다음 생에 우리 절대 만나지 말았으면 좋겠어. 서정희.] 염정훈은 눈앞이 아른거렸고 하늘에는 가랑비가 내렸다. 편지에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눈물인지 하늘의 비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염정훈은 편지를 가슴에 댄 채 천천히 무릎을 꿇고 중얼거렸다. “정희야, 내가 잘못했어. 죽지 마. 죽어야 할 사람은 나야.” 그는 손에 있는 반지를 힘주어 꽉 쥐었다. 그녀의 손에서 팔리기도 했고 버려지기도 했지만 결국 염정훈이 다시 주워온 반지였다. 반지를 끼던 서정희의 웃음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결혼반지를 끼면 나는 이제 정훈 씨의 아내야. 여보, 남은 인생 잘 부탁해.” 염정훈의 차가운 태도에도 그녀는 한 번도 반지를 뺀 적이 없었다. 살이 많이 빠진 뒤, 염정훈은 특별히 반지 사이즈를 줄여서 끼워줬지만 지금은 다시 그의 손에 돌아왔다. 그녀는 이번 생의 인연을 끝으로 다음 생에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