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5장

서정희는 그저 덤덤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겠죠. 그게 아니면 누가 병원에 와서 꽃을 훔치겠어요. “세상에는 이상한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없어요. 푹 쉬세요.” 수간호사 문을 닫고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빠진 서정희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듯 했다. 하지만 졸음이 쏟아져 그저 내버려두었다. 발자국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곁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수상쩍게 들려왔다. 머리 위에 뭔가가 놓여진 듯 했다. 의사가 아니라면 누굴까? 번쩍 눈을 뜬 서정희는 동그랗고 큰 눈을 마주하게 되었다. 작고 귀여운 얼굴이 눈 앞에 크게 비쳤다. 서정희가 깨어나자 녀석은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엄마, 화관.” 염정한이 화관을 바로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던 와중에 서정희가 깨어난 것이었다. 작은 손이 머리 위에 그대로 굳어 있었다. “너였어?” 서정희가 낮게 읊조렸다. 아이의 손에 들린 화관을 본 서정희는 멈칫했다. 설마 수간호사 방금 얘기한 꽃 도둑 부자가 이들 부자였어? 서정희는 둘이 뭔 짓을 하는 건지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무서운 표정이 아닌 서정희를 보자 염정한이 조심스럽게 침대 위로 기어올라와 서정희에 품에 파고들었다. “엄마. 보고 싶었어.” 서정희는 가슴이 어딘가에 찔리기라도 한 듯 따끔따끔거렸다. 서정희는 왜 이 아이가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지 몰랐지만 자신의 아이는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작고 말랑거리는 생명체가 너무나도 귀여워 서정희는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 했다. 녀석이 침대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정중히 화관을 씌워주었다.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얼굴에 박힌 보조개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엄마, 빨리 나아야 해.” 서정희는 더 화낼 힘도 없었다. 게다가 순진무구하게 웃는 얼굴에는ㄴ 더더욱 화낼 수 없었다. 서정희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염정한은 기분이 좋아져 그녀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는 바로 도망갔다. 정한은 엄마가 쉬는데 방해하면 안 된다고 했던 염정훈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서정희는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