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3장

이효연이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다가 상황이 나빠지는 듯하자 바로 달려와 서정희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떠나기 전에 염정훈을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염정훈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이나 싶었다. 겨우 두 사람 사이가 좋아지나 싶었는데 그 때문에 또 사이가 팽팽해졌다. 진영이 염정훈에게로 다가갔다. “대표님, 너무 성급하면 안 됩니다. 대표님은 급할 수록 잃는 게 더 많아집니다.” 염정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희가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릴 까봐. 살아갈 희망이 있었으면 해서. 정한이를 보면 잠재의식 속의 모성애를 자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뜻대로 되지 않았네.” “대표님, 포기하세요. 사모님 지금 상황에 더이상 충격 받으시면 안 돼요. 작은 도련님 일은 나중에 다시 얘기하세요.” “지금은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염정훈이 몸을 낮춰 염지애를 안았올렸다. 백지연은 죽도록 싫었지만 이 아이는 지성이 남긴 유일한 혈육이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염정훈은 염지애를 잘 보살필 수 밖에 없었다. 백지연이 휠체어를 끌고 염정훈 앞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정훈 씨, 정희 아가씨 보러 온 거야. 다른 뜻 없어.” “아빠, 엄마가 아빠 그리워했어요.” 염지애는 주눅들어 있었다. “응.” 염정훈은 지애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서정희는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한껏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자애로운 아버지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염정훈을 보게 되었다. 네 사람이 같이 있는 모습은 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이 서정희는 눈에 거슬렸다. 이게 염정훈이 말한 사랑이라면 너무 가소롭지 않은가. 이효연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황급히 입을 열었다. “작은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도련님 마음속엔 사모님 밖에 없어요.” “언니,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듣기 거북했다. 서정희는 병실로 돌아왔다. 염정훈은 당연히 백지연이 정희를 만나러 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염정훈도 병실로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이효연이 병실 문 앞에서 차갑게 말했다.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