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31장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은 염정훈이 인기척을 듣고 고개를 들어보니 서정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염정훈은 빠르게 서정희를 품에 안았다. “정희야, 괜찮아?” 품에 안고 있는데도 염정훈은 놀란 마음에 등에 식은땀이 쫙 흘렀다. 지금 서정희의 몸은 보통 사람들과 달랐다. 조금만 삐끗해도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서정희는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 “나…” 그녀는 지금 염정훈한테 화낼 기운이 없었다. 한 마디 뱉는 것도 숨이 막히는 것처럼 힘들었다. “왜? 목 말라? 아니면 배고파?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해.” 서정희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 간병인 좀 불러줘.” 염정훈이 바로 알아듣고는 서정희를 안아 화장실로 데려갔다. 서정희가 어색한 듯 염정훈을 쫓아냈다. 염정훈은 바로 문 밖을 지키며 이효연에게 얼른 전화를 걸어 아침 식사 준비까지 마쳤다.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씻은 서정희는 그것만으로도 힘이 빠졌다. 염정훈이 그녀를 부축하여 침대로 데려갔다. “정희야, 나한테 화풀이 그만하고 몸조리부터 신경 써. 그게 제일 중요해.” 서정희는 식탁 위에 올려진 어죽을 보았다. 어죽은 본디 담백하고 식욕을 돋우는 음식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속이 울렁거려 얼굴을 찡그렸다. “못 먹겠어.” “그래도 좀이라도 먹어야지.” 염정훈이 인내심 있게 달랬다. 며칠 간 염정훈도 제대로 자지 못해 눈 밑에 다크서클이 크게 번졌다. 잘생긴 얼굴이 초췌해졌다. 어젯밤 간호 침대에서 잠을 잔터라 프리미엄 셔츠가 쭈굴쭈굴해졌다. 하지만 염정훈은 그런 자신은 하나도 신경 쓰지 않고 서정희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정희는 이상하게 느껴졌다. 기억 속의 염정훈은 차갑고 무정한 사람인데 자신이 깨어난 후로는 온통 자신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변화가 클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에게는 이미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녀가 잠깐 멍 때릴 사이에 염정훈이 어죽을 한입 먹였다. 서정희는 죽을 삼키자마자 메스꺼워 토해냈다. 마침 염정훈의 가슴에 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