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9장

서정희, 이 죽일 것 같으니라고. 이 몇 글자가 서정희의 뇌리에 스치는 순간 그녀는 예전의 초라했던 자신과 그녀 앞에 도도하게 서 있던 염정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믿음도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마치 더러운 쓰레기를 보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죄를 저질렀기에 염정훈은 그렇게 자신을 미워하게 되었을까? 이런 생각만 하면 머리에 심한 통증이 전해져 서정희를 괴롭혔다. “정희야, 왜 그래요? 또 위가 아픈 거야?” 염정훈이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서정희는 겨우 그를 올려다보더니 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그러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염정훈, 이 죽일 것 같으니라고!” 순간 염정훈의 표정이 굳어졌다. 서정희는 이내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나보고 죽으라며? 그래. 치료를 포기하면 곧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될 거야.” 서정희가 분명 또 무엇인가를 떠올린 게 틀림없었다. 염정훈은 그저 당황스럽고 불안할 뿐이었다. 이게 그가 가장 두려워하는 결말이기 때문이다. “정희야, 예전에 우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이미 다 지나간 일이야. 더 이상 생각하려 하지 마. 난 정말 네가 살기를 바랄 뿐이야.” “만약 내가 항암치료를 거부한다면?” “정희야, 하지만 항암치료를 하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더 좋은 방법이 없어. 나에게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안 될까? 내가 꼭 너를 살려낼 방법을 찾을 거야.” 염정훈이 아무리 말해도 서정희는 듣지 않았다. “됐어. 필요 없어.” “정희야, 제발 강요하게 하지 마.” 염정훈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약간 붉어진 눈은 마치 병들어 있는 사람 같았다. “정훈 씨, 태어나는 것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남은 인생은 선택할 권리가 있어. 제발 날 놔줘. 마지막 남은 시간은 좀 더 나다운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염정훈은 전혀 놓아줄 기색이 없어 보였다. “정희야, 네가 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