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4장

염정훈은 그대로 자리에 얼어붙었다. 심여정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고 옆에 있는 어르신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계집애가 얼마나 건강한데 어떻게 암에 걸릴 수 있어?” 임성결은 염정훈의 손을 옆으로 치웠다. 그러고는 안타까운 눈으로 서정희를 보며 계속 말했다. “2년 전, 두 분이 이혼하려던 검사결과는 아직 말기까지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니 아마 말기가 된 것 같네요.” 순간 ‘말기’라는 두 글자가 염정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염정훈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드는 듯했다. 너무 많이 피를 토한 서정희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염정훈은 재빨리 그녀를 품에 안고 정신없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정희야, 괜찮아. 병원에 가면 바로 괜찮아질 거야.” 하늘은 어느새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줄기들은 그대로 서정희의 얼굴에 떨어졌다. 고개를 든 서정희는 염정훈 눈가에 은은하게 비친 이슬을 보았다. 그의 눈에 있는 것은 얼굴에 있는 것들은 눈물일까? 아니면 빗물일까? 하지만 이제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남은 삶이 조금씩 소진되고 있음을 느꼈다. 수많은 말들이 그녀의 목구멍을 맴돌고 있었고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를 안은 염정훈은 너무 급하게 걸어간 나머지 하마터면 걸려 넘어질 뻔했다. 그가 얼마나 조급한지 그의 행동에서도 알 수 있었다. 순간 염정훈의 머릿속에 양한서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염 대표님, M1은 일반인에게 부작용이 없지만 노인, 어린이와 임산부, 그리고 종양 환자에게는 절대 주사하면 안 됩니다.” “주사를 맞으면 어떻게 되나요?” “M1 기억을 잃게 할 뿐만 아니라 몸속 면역시스템을 자동으로 차단해요. 종양 환자일 경우 면역체계가 없으면 암세포가 단기간에 빠르게 증식하여 온몸에 퍼질 수 있어요. 환자에게는 그야말로 치명적이죠.” 염정훈은 서정희가 어쩌다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몰랐다. 어쩐지 부작용 없이 가끔 위만 아프더라니... 그러니까 염정훈이 칼로 그녀의 심장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