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2장

사람들의 시선은 혼돈의 결혼생활을 한 염성진으로부터 현관에 있는 여자에게로 집중되었다. 순간 염훈혁 어르신과 심여정은 안색이 크게 변했다. 백지연이 어떻게 여기에 나타난 거지? 분명 서정희 가까이에 못 오도록 이미 손을 다 썼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누군가가 백지연을 도운 것이 분명했다. 얼굴에 피범벅이 된 염승하는 드디어 반격할 기회를 찾은 듯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형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봐.” 순간 염정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이틀 동안, 그는 배후에 있는 사람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런 일까지 꾸밀 줄이야! 서정희 또한 백지연을 이미 발견했다. 이제 아무리 서둘러도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이때 심여정이 한마디 했다. “오 집사, 손님을 밖으로 모셔주세요.” 바로 말귀를 알아들은 오 집사님은 심여정의 지시를 듣자마자 이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가씨, 대접이 소홀했다면 양해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손님 맞을 상황이 아니어서요.” 하지만 가만히 협조할 백지연이 아니었다. 그는 전동휠체어의 주행 모드를 누르더니 곧바로 염정훈 앞에 갔다. “정훈 씨, 나에게 이러면 안 되지. 나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었잖아! 정훈 씨가 없는 동안 나는 정말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어. 내가 다 잘못했어. 앞으로 두 번 다시 서정희를 괴롭히지 않을게. 우리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자. 응? 나는 진짜로 정훈 씨가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백지연의 말이 입 밖에 나온 순간 염훈혁과 심여정은 상황이 잘못됐음을 감지했다. 서정희가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못 알아들었을 리가 없었다. 심지어 울고만 있던 전화정마저 조용히 백지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집안에 또 한차례의 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염정훈은 백지연의 집착에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서정희의 얼굴에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착각인지 모르지만 서정희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염정훈을 바라봤다. 큰소리도 지르지 않았고 욕도 하지 않았지만 이런 평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