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4장

눈앞에 나타난 남자는 블랙폭스가 묘사했던 스네이크의 이미지와 유사했다. 염정훈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얼굴에 구레나룻을 붙여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는 손으로 옆에 쌓아놓았던 칩을 무너뜨리더니 건들건들하면서 말했다. “좋지!” 강 매니저는 눈에 띠는 외모가 아니었지만, 두 눈은 쥐 마냥 팽글팽글 돌아갔다. 염정훈의 답을 듣자, 그의 입 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 염정훈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미끼에 걸려든 물고기를 보는 듯했다. 그는 염정훈의 앞에 놓인 칩에 시선을 고정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이걸로는 부족합니다.” 이때 진영이 방자한 태도를 보였다. “우리 도련님 있는 게 돈 뿐이야. 얼른 길이나 안내해.” 큰 물고기가 걸려들었구나. 오늘 톡톡하게 건지겠군. 강 매니저는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진영과 함께 가서 칩 3000개를 더 바꾸고는 가벼운 걸음으로 아래층으로 안내했다.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사람이 적었고, 보안이 잘 돼 있었다. 그리고 판에서 오가는 금액도 커졌다. 진영이 옆에서 입을 열었다. “여기 CCTV없겠지? 만약 집안 어르신한테 들키면 우리 도련님 뼈도 추스르지 못해.” 강 매니저는 멍청한 재벌 2세를 만났다 싶어 내심 기뻤다. 이런 사람의 돈을 벌기 딱이었다. 그는 얼른 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아래층에는 CCTV가 없어서 마음껏 즐기시면 됩니다.” 그러면서 손짓 한 번 하니 섹시한 옷차림을 한 몸매가 뛰어난 두 여인이 요염한 자태로 걸어왔다. “이 두 아가씨가 우리 카지노에서는 가장 핫해요. 필요하세요?” 강 매니저가 물었다. 그러자 두 여인은 염정훈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염정훈은 크게 화내면서 말했다. “저리 못 가?” 두 사람은 억울한 표정을 지으면서 물러갔다. “나 돈 따로 왔어. 여자 놀러 온 거 아니고.” “네, 알겠습니다.” 강 매니저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내밀어 안내 동작을 했다. 엘리베인터 문이 열리자, 안에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강 매니저가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