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9장
“가지 마.”
블랙폭스가 울부짖었지만 상대방은 듣지 못했다.
염정훈은 가볍게 웃었다.
“얼마나 순진한 소년이야? 부모님 모두 돌아가셨고, 유일한 형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도 모르는데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아가고 있잖아. 그런데 이런 애가 네 놈 때문에 이 세상에서 곧 사라지게 되다니, 너무 안타깝네.”
블랙폭스는 두 눈이 충혈이 되어서 염정훈을 노려봤다. 그는 더 이상 태연한 모습을 보일 수 없었다.
“원한이 있으면 죽이든 괴롭히든 나한테 갚아. 그 아이는 아무 죄도 없어.”
염정훈은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면서 냉소를 지었다.
“그럼 넌 왜 나를 상대로 하지 않고 어린 애한테 그 못된 짓을 한 거야? 그럼 내 아들은 죄가 있었어? 왜? 상대가 네 동생이니까 생각이 달라졌어? 두 살도 채 되않은 애한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그리고 임신한 정희한테 비가 그렇게 억수로 내리는데 네가 뭔 짓을 했는데? 나한테 자비를 베풀라고? 네가 빌 자격이 있어? 네 놈 가족만 사람이고, 내 가족은 사람도 아니야?”
블랙폭스는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처음부터 잘못은 그들이 먼저 했다. 그는 해명할 여지가 없었다.
“제발 부탁이야. 그 애만은 건드리지 말아줘.”
“그 애는 살려줄 수 있어. 그럼 너도 성의를 보여줘야지. 진실을 알려주면 네 동생은 놔줄게. 아니면 내일의 일출을 보지 못하게 될 거야.”
“물론 계속해서 함구해도 돼. 그런데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비밀이라는 건 없어. 난 언젠가는 그 사람을 찾아낼 거야. 그저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 네 목숨은 이미 끝을 봤어. 저승 가는 길에 네 동생과 함께 떠나고 싶어?”
블랙폭스는 침묵했다. 마음속에 두 가지 목소리가 뒤엉켰다.
이때 전화기 저편에서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여동생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그러자 소년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우리 한 학교네요. 누군지 말씀해보세요. 제가 아는 분일 수도 있잖아요.”
“한소은.”
“한소은이요?”
“내 동생과 아는 사이에요?”
“그게......”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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