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0장

염정훈의 목소리는 생명을 거둬가는 염라대왕의 소리 같았다. 휴대폰은 바로 블랙폭스의 곁에 있었다. 소년이 빠르게 달려가는는 발자국소리를 들려왔다. “한소은, 어디 있어?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찬우야, 가지 마. 멈춰.” 블랙폭스는 최선을 다해 소리쳤다. 그러자 소년이 발걸음을 멈췄다. “저 방금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데, 혹시 못 들으셨어요?” “지금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에요. 내 동생을 우선 찾아야 돼요.” “그러네요.” 소년은 울타리를 넘어갔다. 그는 여학생이 앞에 있을 줄 알았는데, 울타리를 넘어오고 나니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는 1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발판 위에 서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50층이 넘는 빌딩에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소년은 의아해서 물었다. “동생분이 여기에 없어요. 혹시 잘못 아신 거 아니에요?” “그럼요.” 남자는 갑자기 표정이 굳더니 저승사자로 돌변했다. “나한테 동생 따윈 없어. 처음부터 너를 찾았던 거야.” 이런 일을 겪어보지 못한 소년은 당황했다. “왜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 “원망하겠으면 네 형을 원망하거라.” “형이요? 우리 형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염정훈은 계속해서 숫자를 세고 있었다. “3, 2, 1, 네 동생과 작별인사나 해.” 블랙폭스는 애써 고개를 들고 혼신의 힘을 다해 말을 뱉었다. “말할게. 다 말할 테니까 내 동생만 살려줘.” 블랙폭스는 늘 익명으로 동생을 후원했다. 그리고 돈을 열심히 모으고 있었는데, 동생을 위해 마련한 모양이었다. 이런 사람에게 가족보다 소중한 건 없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염정훈은 진영에게 눈치를 줬다. 그러자 상대방은 소년을 놓아주었다. 전화는 바로 끊겼고, 염정훈은 그에게 해독제를 주사했다. “정신이 맑아질 때까지 10분을 줄게.” “우선 동생이 무사하다는 걸 알아야겠어.” “걱정 마. 나는 무고한 사람을 죽이지 않아. 특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함부로 무력을 쓰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