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8장
블랙폭스와 같은 사람은 죽음도 고통도 두려워하지 않지만, 의식을 잃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머리위의 조명이 블랙폭스의 얼굴을 비춘다. 그의 이마에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았다.
은바늘이 피부를 찌르는 것은 개미에게 물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손등에 핏줄이 뚜렷하게 튀어나왔고, 두 주먹을 꽉 쥔 채 끊임없이 발버둥쳤다.
염정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보면서 말했다.
“그나마 인간 대접을 할 때 말해. 대체 누굴 위해 일하는 거야? 누구의 지시를 받고 내 아들과 아내를 죽이려는 거야? 그것만 대면 적어도 저승 가는 길에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지켜줄 수 있어.”
블랙폭스가 강하게 답했다.
“그럴 일은 죽어도 없을 거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그런 말에 넘어갈 줄 알아?”
그의 의지는 강했고,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였다.
“그래. 좋아. 약효가 발효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 괜찮아.”
염정훈은 자리에 앉더니 그의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A국인,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여의였고, 자료를 보니 남동생 한 명 있네.”
블랙폭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오랜 세월 신분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정보가 노출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애는 아무것도 몰라. 그 애만은 건드리지 말아줘.”
블랙폭스의 표정이 흔들렸다.
“그래? 그래서 아무런 잘못이 없어? 그럼 두 살도 안 된 내 아들은 뭘 잘못했고? 그 애를 밀칠 때 그 애가 아직 어린애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
이때 진영이 들어오와서 염정훈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속삭이더니 휴대폰을 건넸다.
“어쩌지? 네 휴대폰을 우리가 이미 풀었는데.”
그의 휴대폰 연락처에는 의심 가는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 남동생 사진 한 장 없었다. 유일하게 메신저 한 통이 있었는데, 그것도 관리비를 재촉하는 문자였다.
블랙폭스는 사교라고 없었고, 친구도 없었으며, 극도로 자율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럴 가능성은 없을까? 나한테는 아예 문자 기록이 없을 수도 있잖아. 내가 오늘을 준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