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4장

거친 불빛이 비친 바다는 마치 포효하는 괴물 같았다. 이효연은 당시 상황을 심여정에게 설명했다. “사모님, 우리 사람들이 아직 가까이 오기도 전에 도련님이 있는 곳에서 폭발음이 들렸어요. 불빛 속에서 총소리도 났고요.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이미 통제할 수 없을 만큼 커졌고요. 저희가 방독면을 안 가지고 온 데다가 불길도 너무 세서 도저히 가까이 갈 수 없었어요.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누군가가 저희를 향해 총을 쏠지도 몰라서...” 이효연의 눈에는 미안한 마음이 가득 찼다. 염정훈은커녕 이효연도 상대방이 이런 악랄한 수법을 쓸 줄 몰랐다. 꼬리에 꼬리를 문 사건사고들은 그들이 손을 쓸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염정훈을 잡아 아예 염정훈의 사람들까지 한 번에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 심여정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몇 달 전에 그 사람은 백여 명의 정예 고수들을 동원해 정희를 암살하려 했어. 정희가 이미 해외에 나왔는데도 그 사람들은 정희의 행방을 바로 알았고 이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준비했어.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게 누구든 절대 보통 사람은 아닐 겁니다. 이번에는 우리는 상대방을 너무 얕잡게 봤어요. 지금은 도련님이 무사하시기를 바랄 수밖에...” 헬기는 공중에서 끊임없이 같은 노선을 돌고 있었다. 착륙할 수도 없는 상황에 심여정은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꼭 찾아내. 어떻게든 꼭 찾아내! 누가 감히 내 아들을 건드렸는지 나도 한번 보고 싶네!” 심여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그 잡종 그 인간도 찾아봐. 그럴 동기가 충분하니까.” “알겠습니다. 사모님.” 깊은 밤, 호텔 로얄 스위트룸 테라스에서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한 사람이 가운 차림으로 와인잔을 손에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이 세상이 모두 자신의 발밑에 있는 것 같은 이런 느낌은 정말 좋았다. 염씨 집안 사람들은 거의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서정희도 밤새 염정훈의 전화만 기다렸다. 휴대전화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서정희는 벨 소리가 울리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