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4장

염성진의 얼굴에 살짝 불편한 기색이 감돌았다. 매일같이 자기가 없으면 하루라도 못 살겠다던 여자가 이제는 자기를 극도로 증오하고 있으니 말이다. 염성진은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걸음을 옮기지 않고 아예 옆에 자리를 잡아 앉아 버렸다. “괜찮아요, 아는 사이니까.” 난처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본 종업원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심여정은 손에 든 칼을 천천히 내려놓고 휴지를 뽑아 우아하게 입을 닦았다. 아마 염성진을 더 이상 상대하기 귀찮았을 것이다. 그녀는 서정희를 향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레스토랑에 가서 먹을까?” “네” 사실 이 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꽤 오래 기다려서야 음식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서정희는 너무 배가 고팠지만 그녀도 심여정처럼 이 두 사람을 마주 보며 식사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인사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염성진의 표정은 이미 눈에 띌 정도로 안 좋아졌다. 하지만 심여정은 그의 기분 따위 신경 쓰지 않았다. 서정희가 심여정의 팔짱을 끼고 자리를 떠나려고 할 때 염성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 염성진은 심여정 때문에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화를 오히려 서정희에게 냈다. “네가 정훈이 와이프이면 나에게는 며느리야. 그런데 어른을 대하는 예의가 그게 뭐야?” 침착함을 유지하던 심여정은 염성진이 애꿎은 서정희를 욕하자 심기가 불편해졌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잔뜩 난 심여정이 염성진을 향해 소리치려 할 때 옆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며느리요? 뭔가 잘못 기억하시고 있는 것 같은데요?” 멀리서 성큼성큼 걸어온 염정훈은 서정희를 바로 품에 안았다. 그 모습은 마치 어미 닭이 새끼 병아리를 감싸는 듯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 아니랄까 봐 아내를 지키는 동작마저 똑같았다. 염성진도 꽤 오랜만에 염정훈을 만났다. 물론 몇 년 전에도 몇 번 스친 적은 있었지만 염성진의 머릿속에 그는 아직도 어느 날 갑자기 자기를 불쑥 찾아온 세 살배기 아이였다. 그때 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