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1장

염정훈은 아버지와 정말 많이 닮았다. 특히 큰 감정 기복이 없는 얼굴은 염정훈과 판박이였다. 지금 이 복잡한 분위기 속에서도 서정희는 염성진의 얼굴에서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없으니 말이다. 한참을 걸어 나간 뒤에야 서정희가 심여정을 보고 물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안 괜찮을 게 뭐가 있어? 저 여자? 여전히 예전과 같이 비열한 방법으로 나를 건드리려는 거잖아. 저 여자가 한 말은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기 위한 것뿐이야.” 무언가를 회상한 듯한 심여정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저 여자 수법도 이제 별거 없어. 그저 저 사람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이용하려는 것뿐이야.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지는 거잖아? 일부러 하는 행동임을 알면서도 매번 저 여자 수작에 걸려들었어. 그래서 저 사람도 매번 나를 오해했고.” “오해면... 해명하려고 한 적은 없으세요?” 심여정은 서정희를 데리고 옥상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야외에서 커피를 주문한 후 바깥바람을 쐴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의자에 앉은 심여정은 서정희를 보며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말하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너를 사랑한다면 굳이 네가 설명하지 않아도 그 사람은 너를 믿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 마음속에 네가 없다면 너는 그 어떤 말을 해도 다 틀린 거지. 어쩌면 네가 숨을 쉬고 있는 것조차 죄라고 할 수 있어. 예전에 나도 한 성격하는 바람에 많은 것들을 놓쳤어. 심지어 언젠가 저 사람이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알고 나에게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층집에서 뛰어내려도 보고 손목도 그어봤어. 심지어 수면제도 먹고 바다까지 뛰어들었지. 어떤 사람들은 내가 죽음으로 저 사람을 붙잡으려 한다고 말하더라고. 사실은 너무 큰 충격 때문에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는데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어. 내가 왜 죽고 싶었는지는 나밖에 몰라. 저 사람이 나에게 준 상처는 내 마음에 큰 흉터를 남겼어. 그러면서 내 머리도 더 혼란스러워지고 점점 더 화만 냈지... 그러다가 결국에는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