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7장

심여정과 처음으로 쇼핑하는 서정희는 왠지 묘한 느낌을 받았다. 시어머니와 함께 거리를 거니는 게 왠지 모르게 이상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서정희는 재벌 집 씀씀이가 어떤지 몸소 겪게 되었다. 집에 분명 라벨도 뜯지 않은 새 옷이 가득 있었음에도 심여정은 손에 잡히는 옷이면 가격도 보지 않고 바로 계산했다. 서정희는 예전에 자기 씀씀이가 어땠는지 모르고 있었지만 공이 여러 개가 있는 가격표를 보면 저도 모르게 깜짝깜짝 놀랐다. 하지만 옆에 있는 심여정은 그런 그녀를 담담한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사고 싶은 거 다 사, 네가 안 쓰면 내연녀가 쓰니까. 그리고 걱정하지 마. 염씨 집안에 제일 많은 게 돈이야.” 서정희가 멋쩍게 웃자 심여정이 한마디 보탰다. “우리 심씨 집안도 꽤 넉넉한 집안이야. 그러니까 마음껏 써도 돼.” 서정희는 심씨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서정희가 들은 바에 의하면 심여정이 염성진과 결혼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죽마고우와도 헤어져 심씨 집안의 어르신들이 화를 많이 냈다고 했다. 심씨 가문에서는 어떻게든 심여정이 염성진과 결혼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염씨 집안과 결혼한 후, 집에서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심씨 집안에서는 그녀를 다시 친정으로 데려가려 했지만 그때의 심여정은 일편단심 염성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그녀는 염성진이 분명 그녀를 다시 봐줄 거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했지만 결국에는 심씨 집안조차 그녀에게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하게 했다. 그 후, 그녀가 손목을 그으며 자살 시도까지 하자 심씨 집안은 그때부터 딸이 없는 셈 치겠다고 선포했고 이 딸과 아예 인연을 끊었다. 그러다 보니 염정훈과 심씨 집안의 사람들도 별로 친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생각한 서정희는 저도 모르게 안쓰러운 눈빛으로 심여정을 바라봤다. 잠깐 생각에 잠겼던 서정희는 심여정을 보고 한마디 물었다. “어머니, 후회하신 적 없으세요?”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