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8장

기억을 잃은 서정희는 눈앞의 사람이 그저 낯설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이 그리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거로 봐서 아는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왠지 그녀를 알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를 아세요?” 서정희가 먼저 물었다. 잠깐 멈칫했던 상대방은 이내 다시 평온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그녀는 몸을 일으키더니 우아하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서시월입니다.” 이 이름은... “혹시 서시월 씨도 서씨 집안 사람입니까?” 서시한이 서정희에게 줬던 명함은 아직도 그녀 가방 안에 있었다. 그녀는 이 짧은 기간 사이에 또 다른 서씨 가족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네, 오빠에게서 얘기 들었어요. 서정희 씨가 아니었으면 언니 유골을 영영 못 찾을 뻔했다면서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여기서 뵙게 될 줄 몰랐네요. 실물이 훨씬 더 이쁘세요.” 서시월이 입꼬리를 당기며 살짝 웃자 그녀의 왼쪽 볼에 보조개가 옴폭 패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마치 봄바람처럼 싱그러웠다. 서정희도 얼마 전, 염정훈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그때 염정훈은 그녀가 그저 상황을 알 수 있을 정도로만 짧게 언급했다. “별일 아니에요. 그렇게 대단하게 말씀해 주시지 않아도 돼요. 저는 이만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그러자 서시월은 손을 뻗어 서정희의 팔을 잡았다. 서시월도 자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살짝 당황했는지 잡았던 손을 다시 내렸다. “죄송해요. 저기... 정희 씨 연락처 좀 남겨주실 수 없을까요? 제도 이곳에 조금만 있다가 곧 떠날 거라... 가기 전에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어요. 고맙다는 인사도 드릴 겸.” “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제가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요. 괜히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식사는 괜찮습니다.” 말을 마친 서정희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인사하고 판매원을 따라갔다. 걸어가는 내내 서정희는 왠지 누군가가 자기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모퉁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