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7장

심여정을 만나기 전, 서정희는 마음속으로 그녀를 마귀 같은 미친 여자로 착각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본 후에야 서정희는 자기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평생 사랑 한 번 받지 못한 불쌍한 사람에 불과했다. “바보 같지 않은데요. 그저 너무 한 사람만 바라본 탓이죠.” 서정희는 비록 과거를 잊었지만 심여정의 말에 더 없이 공감했다. “다 똑같지 뭐. 과거의 나는 정말 어머니다운 모습이 아니었거든. 시간이 지나 이 나이가 되니까 오히려 깨닫게 되었어. 정희 씨는 나보다 행복해 보여. 정훈이의 사랑을 온전히 다 받고 있잖아. 이 팔찌와 제일 어울리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정희 씨야.” 서정희는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진 채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 사이를 반대하는 게 아니세요?” “내가 왜 반대하겠어? 두 사람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데. 하지만 나도 몇 가지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정훈이가 정말 훌륭한 아이지만 나와 같은 어머니 밑에서 자라다 보니 성격적으로 부족한 게 많아. 보통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겠지만 가까운 사람은 분명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 아이는 사람을 사랑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 정희 씨와 많이 달라. 정희 씨는 사랑과 행복이 넘치는 가정에서 자랐다고 들었어. 그래서 정훈이가 정희 씨에게 끌리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 염씨 집안 남자들은 일단 한 번 자기 여자라고 인정하면 평생 변하지 않거든. 하지만 이게 행복일 수도 있고 불행일 수도 있어. 아가야, 너희들은 아직 젊고 앞으로 갈 길이 멀어. 앞으로 이 아이가 정희 씨에게 무슨 짓을 하든 정희 씨가 항상 옆에 있어 줬으면 좋겠어. 우리 윗사람들의 불행이 너희들에게는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 서정희는 심여정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염정훈과 그녀는 이미 부부이다. 염정훈이 자기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도 염정훈을 사랑하는 게 맞다. 하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 염정훈을 멀리하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정희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