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0장

염씨 댁은 남성의 교외에 자리 잡았다. 산도 있고 물도 있는 곳이라 공기가 맑았고,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오는 내내 길옆에은 각종 식물이 무성했다. 이 도시의 등은 남달랐다. 어떤 것은 별처럼 한 줄로 꿰어서 높은 식물의 꼭대기로부터 내리 드리워졌다. 등 모양도 버섯 모양, 호박 모양, 그리고 각종 동물 모양, 정령 모양들도 다양했다. 도시라고 하기보다는 인류가 우연하게 쳐들어온 몽환의 세계 같았다. 그들이 염씨 댁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저녁 여덟시가 되었다. 집은 엄청 컸다. 주변에는 모두 정원이었고,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길옆에 정교하게 전지해놓은 식물의 윤곽이 어폄풋이 보였다. 공기는 꽃향으로 향기로웠다. 차가 지나가자 길옆에 앉아있던 새들이 놀라서 하나같이 날개짓을 하면서 하늘로 날아갔다. 별장은 도시 특유의 풍격으로 지어졌다. 주변은 조명으로 대낮같이 환했다. 서정희는 먼 데서부터 눈가늠으로 면적을 계산해봤다. 얼핏 보아도 자신과 염정훈과의 신혼집보다는 몇 십 배 큰 규모였다. 특히 정문은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처럼 위엄과 성스러움이 부각됐다. 그녀는 폭신한 카펫을 밟으면서 염정훈과 함께 거실로 들어갔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인테리어는 휘황찬란하다는 형용사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마치 황궁에 들어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유명한 그림, 도자기, 골동품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발이 닿는 곳마다 화려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는 눈앞의 화려함에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불편했다. 이곳은 집이라기보다는 박물관, 황궁에 더 가까웠고, 사람의 온기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염정훈의 표정은 정중했다. 그는 집에 왔다기보다는 제사 지내러 왔거나, 아니면 엄숙한 장소에 온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서정희마저 그를 따라 엄숙해졌다. 오는 도중에 그녀는 염정훈에게 어머니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다. 아마 그는 3살 때 생일 파티의 광경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오늘 어머니와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