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4장

투표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시작됐다. 주변 고위직 인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편을 갈라 줄을 섰다. 염승하는 비록 사생아이긴 하지만 염성진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어 이혼을 했어도 엄연히 염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었다. 다만 집안 큰 어르신인 할아버지가 염승하를 손자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심지어는 본인 아들까지 족보에서 이름을 지워버렸다. 이건 염씨 가문의 집안일이라 모두 끼어들기 불편해했지만 지금은 염진 그룹의 앞날에 관계되는 일이었다. 적자와 서자의 황위 쟁탈 싸움이라. 모두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멀리 숨어버렸다. 그 누구도 애정 행각을 벌인 일에서 지금 이정도까지 크게 벌어질 줄은 몰랐다. 그 높이 군림해 있던 염진 그룹이 안팎으로 다구리를 당하다니.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하게 될지도 몰랐다. 태자와 이황자의 황위 다툼인지라 다들 눈치껏 조용히 있었다. 심지어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듯 했다. 염정훈이 먼저 움직였다. 염승하가 보기에는 온유해보이지만 카리스마를 조금도 잃지 않았다. “곧 여기가 제 자리가 될 텐데 미리 느껴봐도 되죠? 형님?” “알아서 꺼질래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 선택해.” 염정훈이 명훈에게 눈짓했다. 명훈이 주먹을 으드득거리며 무서운 티를 냈다. 염승하가 눈치껏 일어났다. “그래요. 뭐 잠깐이야 못 기다려 주겠어요?” 염승하가 염정훈의 바로 오른쪽 자리에 앉았다. 염정훈이 가깝게 앉기 싫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착석했다. 염승하가 까불거리며 눈앞에 놓인 생수병을 갖고 놀았다. 염승하가 목소리를 깔았다. “형님, 제가 이 자리에 앉은 건 형님 패를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형님은 제 패가 뭔지 모르잖아요.” 그 말을 들은 염정훈은 마음속이 불안해졌다. 설마 뭔가 뒤틀린 건가? 염승하가 말을 이었다. “형님의 제일 큰 패는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주식일 거예요. 형님이 잘못한 거라면 바보같이 주식을 다른 사람들한테 나눠주면서 외면적으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