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1장

투표 전 짧은 휴식 시간에도 염정훈은 정신없이 바빴다. 진영과 진상정이 옆에 없다 보니 모든 일은 그가 직접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임시로 명훈을 불러 그의 일을 돕게 했다. 한편 30분 후에 있을 주주 투표를 생각하면 명훈은 두려운 것은 없었지만 그저 염정훈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염 대표님, 대표님이 몇 년 동안 회사에만 전념했기에 염진 그룹이 이렇게 잘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요.” 담배에 불을 붙인 후 입에 갖다 댄 염정훈이 한마디 했다. “이번 일이 꼭 나쁜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 몰래 수작을 부리는 것은 진작에 느꼈는데 마침 이번 기회에 그게 누군지 잡아낼 수 있으니까 오히려 잘된 일이죠.” “염 대표님, 이번에 아예 깨끗이 갈아엎으시려고요?” “나와 그 인간,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거니까요.” 염정훈은 흰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을 이었다. “제 것이 아닌 것을 노린 결말이 어떤 것인지 깨닫게 해 줘야죠.” 휴대전화를 꺼내 힐끗 본 명훈이 말했다. “염 대표님, 대표님 짐작이 맞았어요. 대표님이 그곳을 떠난 후 김지은이 한 남자를 만나러 갔습니다.” “누구인데요?” 김지은은 휴대전화의 사진을 확대해 염정훈에게 보여줬다. 사진 속 남자는 우아한 흰 양복을 입고 있었고 커피잔에 입술을 대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옆모습 실루엣만으로도 남자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진을 본 염정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시 이 사람이었네요. 요 몇 년 동안 회사 임원들과 자주 만났나 보네요. 큰 빌딩이 하루아침에 지어지는 게 아니듯 오늘 자리에서 일어난 사람들이 절반이 넘은 것을 보면 이 사람도 그동안 신경을 많이 썼겠네요.” “염 대표님, 이참에 이 사람도 같이 묶어서 혼을 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참, 대표님, 황산을 뿌린 사람이 오늘 밤 풀려날 예정입니다.” “일단 가둬두세요. 건드리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시고요. 나중에 큰 쓸모가 있을 거니까. 그런데 문원호는 지금 어디에 있어요?” “방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