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9장

가운데 앉아 있는 염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평소 눈빛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벌벌 떨게 했던 염정훈이었지만 오늘은 다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는지 끊임없이 비난만 늘어놓았다. “정훈아, 이 아저씨는 항상 네 능력을 인정했어. 아저씨가 회사를 네 손에 넘긴다고 했을 때도 두 손 들어 찬성했어. 너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고 회사를 잘 다스려 왔잖아. 그런데 이번에 어떻게 이런 큰 실수를 할 수 있어? 단 하루 만에 주가뿐만 아니라 우리 선조들부터 힘겹게 일궈낸 명성과 평판이 하루아침에 무너졌으니... 리더로서 우리에게 정확히 말해야 하지 않겠어?” 염정훈의 표정은 늘 그렇게 차가웠다. 그는 짧고 굵은 한마디로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조금만? 뭘 더 기다리는 거야?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뒤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는지 알아? 그리고 우리 염진 그룹이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얼마나 많은데. 솔직히 나 같이 회사 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홍보팀의 골든타임이 어떤 건지 알아. 지금 하루가 다 지나가고 이틀이 다 돼가는데도 염진 그룹 홍보팀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너는 대표이사 자리에 있다는 사람이 가만히 뭐 하고 있는 거야?” “너는 기다릴 수 있을지 몰라도 우리는 기다릴 수 없어. 이렇게 해, 이 일은 너의 와이프가 일으킨 거니 염진 그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너의 와이프더러 염진 그룹을 대표해서 고인과 대중들에게 사과하라고 해.” 그 말을 들은 염정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흘끗 바라보며 말했다. “사과? 이 부장님. 사과라는 단어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유감을 표하고 보상을 해 줄 때 하는 말입니다. 저의 와이프는 억울하게 인터넷 댓글 테러를 당하고 있어요. 엄연히 피해자라고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말은 처음 듣네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서정희 씨가 잘못이 없다는 말이야? 사망자가 죽기 전에 서정희 씨와 말다툼이 있었고 현장에 진상정이 있었어. 우리가 아무리 무죄라고 믿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믿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