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7장

분명 오래전 일이었지만 김지은은 지금도 그 뼈아픈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지은은 반년 동안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염정훈은 그녀와 인연을 끊은 듯 그녀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가 학업을 포기하겠다고 협박해도 염정훈은 네 마음대로 해라고만 대답하고는 그녀를 차단했다. 그녀는 밤낮을 눈물로 지새웠고 보복하려는 마음에 스무 살 연상인 문원호와 결혼했다. 그 사람은 김지은이 다리를 잃은 후에도 그녀를 싫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녀를 아내로 맞이해 그만한 대접을 해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줄곧 그에게 좋은 태도를 보이지 않아서인지 그도 보복심에 어린 여자 스타들을 만났다. 하지만 김지은의 마음속에는 늘 염정훈이 남아있었고 그녀는 염정훈의 모든 움직임을 지켜보며 예전보다 더욱 미쳐가고 있었다. 염정훈이 백지연과 파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김지은은 속으로 매우 기뻤다. 그녀는 염정훈이 그 어떤 여자도 쉽게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세상에 그 어떤 여자도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 시상식에서 서정희의 신분을 밝힌 것을 본 김지은은 염정훈이 왜 그동안 자신을 도와줬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가 염정훈에게 특별한 게 아니라 그녀의 옆모습이 서정희를 닮았기 때문이었다. 김지은은 그 주제도 모르는 어린 여자 연예인이 그녀를 여러 번 도발하며 메시지를 보낸 것 때문에 큰마음을 먹고 사람을 시켜 살인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 어린 여자 연예인 한 명을 해치우는 데 이렇게 많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꼬일 줄은 몰랐다. 이 사건에 염정훈과 서정희까지 끌어들였으니 아마 하늘도 그녀의 마음에 감동해 그녀에게 기회를 준 것이라 김지은은 생각했다. 옆으로 밀쳐진 김지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녀는 허둥지둥 일어나며 말했다. “정훈 오빠,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하룻밤만, 딱 하룻밤만 같이 있어 줘. 나에게 고화질 동영상과 사진도 있어. 이거 다 줄게.” 큰 키의 염정훈이 작디작은 그녀를 내려다보는 눈빛은 추운 날씨보다 더 매섭게 느껴졌다. 또 이런 눈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