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9장

서정희는 한진의 안색이 변하자 티슈로 손을 닦고 천천히 핸드크림까지 발랐다. “한진 아가씨, 나는 당신이 내 앞에서 보여주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어요. 그 서너 살 때 소꿉장난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당신이 자랑스러워하는 그 집안을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저는 남녀의 감정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패배자라는 것은 알고 있어요. 게다가 정훈 씨가 당신에 대한 그의 감정이 사랑은 둘째치고 지나가는 군고구마를 파는 할아버지보다 더 못하니...” 서정희는 핸드크림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한진 씨라면 나서서 난리를 치는 게 아니라 우선 쥐구멍부터 찾지 않을까요?” “서정희 씨, 그럼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두고 보죠. 우리 곧 다시 만날 거예요.” 한진은 독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서정희의 공격에 된통 당할 줄 전혀 몰랐다. 그렇다. 그녀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름 아닌 염정훈의 그녀에 대한 사랑이다. 염정훈이 없으면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염정훈을 가졌다는 것은 온 세상을 가진 거나 다름없다. 서정희는 한진의 협박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남자만 당신을 사랑한다면 굳이 다른 여자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울면서 아무리 강요해도 소용없다. 다른 여자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당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다. 서정희는 한진이 등 뒤에서 뭐라고 하든 상관하지 않고 담담한 얼굴로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으며 화장실을 나왔다. 그런데 모퉁이에 도착하자마자 귀에 거슬리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내 드레스가 얼마나 비싼지 알아? 내가 얼마나 애걸복걸해서 빌려왔는지 아느냐고? 이런 고급 원단은 물에 젖으면 안 돼! 당신 같이 구린내 나는 청소부가 배상할 수 있겠어?” 멀리서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치맛자락을 치켜들고 청소부 복장을 한 남자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남자는 훤칠한 외모와 달리 매우 비천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