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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장

염정훈은 말을 마치자 분한 표정으로 한진을 한번 노려보고는 이내 서정희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떠났다. 이 남자는 어렸을 때보다 더 인정머리가 없어졌다. 마치 벽과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떠나는 장면을 몬 한진은 이가 떨어질 정도로 악물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한쪽 입꼬리만 올리며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차갑고 사악한 얼굴은 마치 어두운 곳에 숨어 있는 뱀 같았고 눈에서는 은은한 초록빛을 띠며 차가운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다. 서정희가 몸을 옆으로 돌려 염정훈을 쳐다보자 그녀의 눈빛을 의식한 염정훈이 물었다. “왜? 질문이 더 있으면 얼른 말해. 허튼 생각하지 말고.” 서정희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궁금한 게 있긴 한데 정말로 가족들을 죽일 생각이었어?” “생각은 했지.” 염정훈은 서슴없이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안 좋아 어려서부터 나를 잘 챙겨주시지 못했어. 그때 이모님이 친분이 있다고 나를 받아주셨어. 한진이와도 그때 만난 거야. 옆집 아이가 자꾸 같이 놀자고 졸랐거든. 그런데 내가 소꿉놀이를 싫어한다고 하니까 또 게임을 하자고 난리였어.” 순간 서정희는 문득 의구심이 들어 물었다. “정훈 씨는 걸 놀이를 좋아하는데?” “사격, 이투기, 펜싱, 승마, 스키, 스노클링...” “그 후에는 어떻게 됐는데?” “한진은 사격장에서 총도 쏠 줄 몰랐어. 모기한테 물려 얼굴이 뒤집힌 적도 있고 나와 싸우다가 내 주먹에 맞아 코피를 흘린 적도 있어. 그리고 말을 타다가 그대로 걸려서 넘어진 적도 있어...” “잠깐만.” 서정희는 갑자기 손을 내밀며 그의 말을 멈췄다. “저 여자가 밉상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코피가 날 정도로 주먹으로 때린 건 일부러 그런 거지?” 염정훈은 그때 일을 생각하면 골치가 더더욱 아팠다. “쟤가 나보고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쳤거든. 쟤도 어느 정도 훈련을 받은 애라 항상 각성을 해야 하는데 그게 아니어서 그냥 주먹 한 번 휘두른 것뿐이야. 그냥 주먹으로 쳤을 뿐인데 기본 주먹도 피하지 못할 줄은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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