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4장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한진은 길게 심호흡을 하더니 먼저 말했다.
“애초에 당신이 나와 결혼하겠다고 했잖아. 그렇게 말해놓고 다른 사람과 결혼하게 될 줄은 몰랐어. 언제 결혼했는지 나에게 알리지도 않고.”
이 말 한마디는 충격 그 자체였다. 서정희는 곁눈질로 염정훈을 바라보며 해명해 주기를 바랐다.
염정훈의 얼음장같이 싸늘한 눈빛으로 한진을 노려보았다.
“나와 너는 친구도 친척도 아니야. 내가 너를 이해해야 할 이유도 없는 것 같고. 네가 말한 너와 결혼하겠다고 한 게 혹시 어릴 적 소꿉놀이를 하다가 내게 거절당하면 집에 가서 어른들에게 일러바쳐 나를 강요하게 한 걸 말하는 거야?”
두 마디 말이 한진의 체면을 구겼다. 한진도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사이 염정훈이 이렇게 비인간적으로 변한 줄 몰랐다.
강연에게도 염정훈이 똑같이 말했다는 얘기에 한진의 마음은 금세 풀렸다.
아마 염정훈은 아무에게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오랫동안 서정희의 신분을 밝히지 않을 리도 없었을 테니...
“정말 미안해. 나는 오빠도 나처럼 재미있게 놀았다고 생각했어.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오빠를 많이 좋아했잖아. 그런데 그게 오빠에게 이렇게 불쾌한 기억이 되었을 줄은 몰랐어.”
한진은 다시 미안한 표정으로 서정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정희 언니, 죄송해요. 제가 정훈 오빠를 꽤 오랫동안 좋아했어요. 괜찮죠? 오빠가 언니와의 관계를 계속 밝히지 않아 저는 오빠가 싱글인 줄 알았어요.”
서정희는 인터넷에서 불륜에 관한 기사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 그는 이런 기사들이 어느 정도 과장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인간이 일상생활에 진짜로 존재하는 것이었다.
어쩌면 그녀에게 교훈을 준 거나 다름없었다. 동물이나 짐승보다 더 헛구역질 나는 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역겹게 생긴 얼굴로 다른 사람까지 징그럽게 하니 말이다.
하지만 서정희는 굳이 화를 내지 않았다. 그는 염정훈의 손을 잡고 팔을 흔들며 강연의 애교 섞인 목소리를 흉내 냈다.
“정훈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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