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8장

서정희는 마치 두 사람이 모순이 없던 때로 돌아간 것처럼 명랑하고 활기찼다. 그녀에게 있어서 매일이 희망찬 하루였다. 염정훈은 여전히 사소한 일들에 휩싸여 있지만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마다 힘이 솟아났다. 매번 의도치 않은 고백을 들을 때마다 서정희는 누군가가 깃털로 자신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것만 같았고, 눈앞에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있는데,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체리가 엄청 먹음직스럽네. 맛도 달고.” “그래? 그럼 다행이야.” 그는 일이 바쁜 것 같았다. 요리를 한상 가득 차려놓고 하나도 먹지 않고, 서정희에게 마지막 새우를 까주고는 얼른 가서 노트북을 가져와서 일을 처리했다. 서정희는 궁금한 걸 참지 못해서 그냥 물었다. “당신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야?” “관리.” 염정훈은 간결하게 답했다. “그러니까 그렇게 바쁘지.” 그런데 지금 염정훈은 일이 급해서가 아니라 서정희를 눈앞에 두고 한시라도 참지 못할까 봐 정신력을 분산하기 위해서 일하고 있었다. 그의 마음을 그녀가 어찌 알겠는가. 서정희의 앞에는 이미 새우 껍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리고 과일까지 가득 먹어서 배가 볼록하게 튀어나왔다. 배가 부르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한창 일에 열중하고 있는 염정훈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체리를 그의 입가에 가져갔다. “저기......이거 먹을 거야?” 예전에도 그녀는 늘 염정훈에게 과일을 먹여주었다. 그 습관으로 그는 쳐다보지도 않고 체리를 입에 넣었다. 체리를 물 때 그의 혀가 그녀의 손끝을 스쳤다. 그러자 서정희는 바로 얼굴이 빨개지더니 등마저 찌릿했다. “나 너무 많이 먹었어. 가서 소화 좀 하고 올게.” 마침 배도 불렀겠다, 어색한 분위기를 완화하려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자신이 멀어지는 내내 등 뒤에서 사냥물을 주시하듯 그녀를 응시하는 눈빛이 있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 염정훈은 서정희를 공주로 모셨다. 바디워시마저 그녀가 좋아하는 향으로 준비되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