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5장

염정훈은 빠르게 문을 열고 나가서 목소리를 낮추어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형수님 깨셨어요? 상태가 어때요?” 양한서가 물었다. 서정희는 약을 주입하고 나서 혼수상태에 빠졌고, 이제 3일이 지났으니 깨어날 때가 되었다. 염정훈은 서정희의 상태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러자 양한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다행이에요. 난 또......” 양한서는 서정희에게 약을 주입한 후로 긴장이 풀린 적이 없었다. 1년 전에 서정희가 고열로 앓았을 때, 백혈구와 적혈구 수치가 극도로 내려갔었다. 이런 증상은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했던 환자들에게 나타났다. 그런데 그 뒤에 서정희의 건강검진 결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서정희에게 주입한 약물은 특별해서 임산부, 노인, 아이와 같이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외, 암 환자들에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었다. 양한서는 지금도 1년 전 서정희의 백지장처럼 창백했던 얼굴이 가끔 떠올랐다. “뭘 두려워하는 거야?” “형수님의 건강상태가 늘 안 좋아서 약물에 부작용이 있을까 봐 그래요. 아무 일도 없으면 됐어요.” 양한서는 한 마디 덧붙였다. “요즘 시간 나는 대로 형수님의 상태를 체크해요. 뭔가 이상한 증상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연락하고요.” “알았어.” 서정희는 방금 전 염정훈의 전화기가 울릴 때 화면에 나타난 이름을 기억했다. 양한서. 분명 남자 이름인데 왜 굳이 자신을 피해 나가서 전화를 받는 거지? 그러다가 다른 생각에 빠졌다. 별장의 면적이나 실내 인테리어를 봐서는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인 것은 분명했다. 그러니까 회사 고위직에 있어서, 중요한 고객이 연락 온 거라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서정희는 아직 염정훈의 신분을 모르고 있었다. 궁금했지만 나중에 천천히 알면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별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인테리어의 분위기에서부터 작은 장식품까지 모두 자신의 취향이었다. 아주머니가 설거지를 끝내고 이야기를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