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3장

서정희는 무의식적으로 들어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잡이에 얹은 그녀의 손이 굳어버렸다. 이때 남자의 따뜻한 손이 그녀의 손등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 내가 함께 있을게.” 문이 열렸다. 안에는 봉인된 괴물이나 피비린 장면이 없었다. 핑크빛으로 인테리어된 방안에는 카펫만 남아있었다. 벽에는 아직 떼어가지 못한 아기의 장난감이 있었다. 이건 아기 방이다. 서정희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이 무거웠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녀는 천천히 웅크리고 앉았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이곳만 가까워지면 몸과 마음이 저도 모르게 반응했다. “여기 예전에 뭘 놓았었어?” 염정훈은 서정희의 행위가 놀라웠다. 그는 그녀의 옆에 웅크리고 앉았다. “아기 침대가 있었어.” 서정희는 텅 빈 공간을 둘러보면서 문득 의문이 들었다. “우리 아기가 있었어?” “응.” 서정희의 목소리가 갑자기 떨렸다. “그럼 애는?” “조산해서 없어졌어.” 기정사실이지만 그래도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없어졌다고? 왜 없어졌어? 엄청 사랑한다고 했잖아.” 염정훈은 서정희의 조급해진 눈빛과 마주쳤다. 그는 마음이 아파서 손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당신이 건강 상태가 안 좋은데다가 차사고가 있어서 조산했어.” “차사고?” 서정희가 입안에서 중얼거렸다. “차사고 때문에 내가 기억을 상실한 거구나.” “차 사고가 한 개 원인이고, 아이의 죽음과 부모님이 돌아가신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기억을 잃었어.” 큰 타격이 연이어 폭탄처럼 터졌다. 서정희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물었다. “엄마 아빠도 돌아가셨어?” “응. 어머님은 병으로 돌아가셨고, 아버님은 뇌출혈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오랫동안 치료하시다가 결국은 못 버티고 돌아가셨어.” 서정희는 눈앞의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머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런 그녀를 염정훈은 꼭 끌어안고 토닥거렸다. “정희야, 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 난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