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8장

역시 같은 일에서도 인간의 희비가 엇갈린다는 말이 맞았다. 저쪽에서는 열심히 연극을 감상하고 있었고 이쪽에 있는 서정희는 간담이 서늘해 있었다. “어렵게 여기까지 왔어. 정훈 씨, 제발 나 좀 그냥 내버려 둬. 나는 정말 할 일이 있어.” 하지만 염정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고 그녀에게 점점 다가왔다. 서정희는 그에게 손을 쓰려 했지만 그녀보다 한 단계 위인 염정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이내 서정희를 자기 품으로 가두었다. “세상에 너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 “이건 내가 선택한 길이야. 진짜 나를 사랑한다면 나의 어떤 결정도 지지해줘.”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너를 더더욱 이런 극단적인 길로 내몰 수 없어. 정희야, 나는 내 방식대로 너의 복수를 할 테니까 너는 순순히 나의 사모님으로 있어 주기만 하면 돼.” 서정희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진작에 정훈 씨와 재혼하지 않겠다고 말했어. 우리 사이는 이미 불가능하다고.” “세상에 불가능이란 없어.” 그때 진영과 진상정의 모습이 그녀의 시선에 들어왔고 진영이 손에 주사를 들고 있는 것도 눈치챘다. 서정희는 그 주사가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분명 좋은 것은 아닐 거라는 느낌이 저도 모르게 들었다. “무슨 뜻이야? 설마 엎질러지는진 물을 거두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있었던 일이 없었던 게 돼? 그 일들은 우리 사이에 가로놓여 있어. 정훈 씨가 아무리 처음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이제는 내가 절대 동의하지 않을 거야.” 염정훈은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희야, 내가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너의 그 아픈 기억만 없어지면 우리는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기억상실? 사람이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정희야, 사람의 집착을 너무 과소평가하지마. 단주연은 평생 백선 아저씨만을 사랑했어. 아저씨를 떠나고 하루도 잊은 적이 없지. 십여 년 전부터 단주연은 어떤 자극도 없이 사람에게 주사하면 잊게 하는 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