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7장

염정훈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와 마찬가지로 말이 적고 잘 웃지 않았다. 그러나 비주류는 확실히 좀 달랐다. 그의 행동은 항상 예상을 벗어났고 온몸은 사악한 기질을 내뿜고 있었다. 아무런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누렁이는 피가 흐르는 어깨도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우며 그를 비웃었다. “설마 저 여자가 물속에 있을 거로 생각하는 건 아니지? 여기 아래는 급류야. 내려가는 순간 죽어.” 비주류는 누렁이의 말을 듣지 않고 계속 외쳤다. “이번에는 내가 포위망을 뚫을 테니 사모님은 안심하세요. 사모님이 하시고 싶은 일, 제가 대신해서 할게요.” 누렁이가 또 다른 말을 하려 할 때, 수면에서 ‘와르르' 소리가 나더니 한 사람이 나타났다. 누렁이는 깜짝 놀라 ‘귀신이야’라고 소리를 지를 뻔했지만 하얀 피부에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한 여자가 물 밖으로 나오자 그는 이내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삼켰다. 서정희가 했던 모든 위장이 물속에서 깨끗이 씻겨 나갔고 그녀는 심지어 예전보다 얼굴이 더 하얘 보였다. 축축하게 젖은 검은 머리카락의 물이 뺨에 묻은 그녀는 마치 인어공주처럼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남자들의 넋을 앗아갔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있을 줄이야! 비주류는 진작 그녀가 위장한 것을 알아챘다. 예를 들면 얼굴 흉터는 처음에는 눈가 아래에 있었지만 나중에는 몇 센티미터 이동해 있었다. 비주류는 염정훈이 그렇게 마음을 쓰는 여자가 분명 못생기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 서정희는 자기의 미모가 눈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충격을 가했는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비주류도 그녀의 예쁜 미모에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아찔한 눈빛을 발산했다. “당신은...” 서정희가 말을 막 꺼내려 할 때, 비주류가 검지를 입술에 대고 ‘쉿’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제야 서정희는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다. 비주류가 그녀의 팔을 잡고 위로 거칠게 들어 올리자 서정희의 몸이 풀밭에 던져졌다. “죄송합니다. 제가 손이 좀 거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