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9장
휠체어를 타고 있는 백지연은 서정희에게 우산을 받쳐주는 염정훈을 멀찌감치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무릎을 꿇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서서 우산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뒤로 흩날리는 눈송이들까지 겹쳐 마치 한 폭의 씁쓸한 그림을 보고 있는 듯했다.
그동안 백지연은 염정훈에게 서제평의 행방을 여러 차례 물었지만 염정훈은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야 서제평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백지연은 서제평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고 마지막으로 얼굴 한번 보지 못했다. 서제평은 자기 친딸이 백지연이라는 사실을 죽을 때까지 몰랐다.
염정훈도 정말 지독한 사람인 것 같다.
그는 이것이 백지연이 응당 받아야 할 벌이라고 했다.
하지만 백지연은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자신이 백씨 집안의 손녀로, 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서야 부모님들이 자기 손에 참혹하게 죽었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 또한 밤낮으로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었다.
막 귀국했던 그 시절, 백지연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목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기를 아끼는 어머니가 항상 옆에 있었고 또 항상 그녀의 말이라면 다 들어주는 염정훈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그녀는 지금 이 꼴이 되었다.
백씨 집안은 큰 변화를 겪었고 염정훈은 그녀와 파혼했다. 지금은 부모도 잃었고 자신은 장애인이 되었다.
백지연은 뒤에 사람보고 휠체어를 밀어 서정희의 가까이에 가자고 했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한 번 보자고 했다.
자기는 점점 나락으로 가고 있는데 이 천한 년은 오히려 갈수록 예뻐만 지고 있었다.
“이제 만족해?”
슬픔에 잠겨 있던 서정희는 백지연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붉게 물들었던 서정희의 눈시울은 백지연을 보는 순간 모든 슬픔이 사라졌다.
“만족하냐고? 내가 뭘 만족해야 하는데? 네가 골수가 일치하는 거 뻔히 알면서도 엄마에게 골수 이식을 거절하고 병세를 악화시킨 거에 만족할까?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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