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5장

서정희는 이런 사실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일은 이미 벌어졌고 후회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녀의 목숨은 많은 사람들의 피로 바꾼 것이니 이제부터 그녀는 자신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 난 이제 바보 같은 짓 안 해. 너 먼저 돌아가 샤워하고 휴식해. 난 이제 도망가지 않아.” 염정훈은 그녀의 말에 아주 의외였다. 서정희는 이제 다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다. 예전의 서정희는 하얀 목련꽃처럼 우아하고 고귀하지만, 아무런 공격성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시가 달린 장미처럼 차갑고 요염하여 가까이 다가가는 사람은 상처를 입을 수 있었다. “정희야, 난 피곤하지 않아...” 염정훈은 서정희가 마음이 놓이지 않아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정희는 더 해명하지 않고 닫혀 있는 문을 바라보았다. “울음 소리가 들려, 누구야?” “차안심의 부모님, 해명해달라고 난리야. 차안심이 널 위해 죽은 걸 생각해서 봐줬더니 내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 하고 있어. 병원에서 아주 난동을 부려.” 서정희는 머리를 저으며 염정훈의 말에 불쾌함을 느꼈다. “넌 영원히 엄마의 마음을 몰라.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 이건 기어오르려는 게 아니야.” 그녀는 말을 마치고 이불을 들었지만,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힘이 없었다. 하여 염정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 좀 부축해 줘. 직접 나가 봐야겠어.” “그래.” 문이 열리는 순간, 밖에서 전해오던 소리가 커지고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곡 소리가 들려왔다. 서정희는 머리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자 소박한 옷차림의 한 중년 여자가 보였다. 그녀의 머리는 헝클어지고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하며 두 눈은 빨갰다. 그리고 진영의 옷을 잡고 울며 소리 지르고 있었다. 진영의 목은 손톱에 할퀴어 빨간 자국이 났지만 피하지 않았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진정하세요, 아줌마. 일은 이미 벌어졌으니,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진정? 어떻게 진정해? 당신들한테 맡긴 내 딸이 왜 죽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