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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

우연도 정말 이런 우연이 없었다. 서정희도 도대체 무슨 재수가 붙었는지, 매번 낭패를 보일 때마다 그와 마주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양씨 집안과 백씨 집안은 오랜 지인 사이라 이번에도 백씨 집안에서 먼저 양씨 집안에게 투자를 하라고 이끌었던 터라, 양윤범은 특별히 인재 소개를 위해 이 자리를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염정훈이 백지연과 함께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염정훈의 등장은 영광이나 다름없어 모든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양윤범은 신사라 서정희를 버려둔 것이 아니라 인내심 있게 냅킨을 건넸고 당황한 와중에 두 사람의 손가락이 부딪쳤다. 방 안의 공기는 따뜻한 데다 서정희의 패딩 아래에는 흰색의 니트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일부러 몸매를 드러내려 한 건 아니었지만 털실도 서정희의 굴곡진 몸매를 가려주지는 못했다. 살짝 고개를 숙여 드러난 하얗고 가는 뒷덜미는 유난히 마음이 가게 만들었다. 염정훈은 그녀의 목에 손자국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마지 사랑처럼 언젠간 그녀의 마음속에 남은 흔적도 전부 사라지겠다. 그러나 양윤범이 그녀의 손목을 잡은 순간, 염정훈은 자신이 생각만큼 쿨하지 못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검은 두 눈동자가 양윤범의 손을 노려봤다. 차가운 한기가 엄습하는 것이 느껴져 고개를 든 양윤범은 영정훈이 여수정에게 가로막혀 인사를 받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착각한 걸까? 그는 호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대표님께서 직접 오실 줄은 몰랐네요, 정말 영광입니다. 지연 눈, 여긴 제가 예전에 말했던 우리 학과 천재 서정희야. 정희야, 여기 염 대표님은 알 테고, 이분은 염 대표님의…” 서정희는 이전의 부드럽고 유약한 모습은 사라진 채 서늘한 한기를 둘렀다. “알아. 염 대표의 약혼녀.” 정말 우스웠다. 그녀는 자신과 염정훈은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양윤범은 머리를 탁 쳤다. “내 정신 좀 봐. 염 대표님과 지연 누나 일 요즘 언론에서 계속 다루고 있는 걸 깜빡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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