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장
당시 그녀는 임신 중인 데다 그와의 관계가 나날이 나빠지고 있어 이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에 말하지 않은 듯싶었다.
서정희는 웃으며 말했다.
“받았어요.”
“그동안 네 소식을 들은 적이 없네. 어디서 연구하고 있었어? 너희 집 이야기에 대해선 나도 들었어. 다들 동창인데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해. 널 병원으로 데려올 수 있다면 그건 정말 큰 영광일 거야.”
이 세상 사람들의 눈에 그녀는 여전히 고고한 하늘 위의 별 같은 천재였다. 이 몇 년간의 생활을 떠올린 서정희는 이제야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건지 깨달았다.
“미안, 아직은 이쪽 생각이 없어. 오늘 이런 자리는 나한테 안 맞는 것 같아. 나…”
여수정이 우쭐한 얼굴로 말했다.
“하긴, 너 시집갔단 얘기는 들었어. 설마 그동안 집에서 전업주부나 하고 있었던 건 아니지? 이런 자리는 확실히 너랑 어울리지 않겠다. 괜히 조금 있다가 오시는 귀한 손님 놀라실라.”
양윤범은 다시 그녀를 살펴봤다. 여씨 집안은 양 씨 집안의 도움이 필요한 탓에 여수정도 감히 지나치게 오만하게 굴지는 못했고, 양윤범의 뼛속까지 새겨진 교양에 자리에 있는 모두를 세심하게 챙겼다.
“괜찮아, 오랜만에 모인 건데 아직 날은 많잖아. 다들 같은 업계인데 앞으로 협력할 수도 있고. 오늘 우리 반 학생들 말고 대단한 의사분들도 초대를 했어. 정희야, 너도 불편해하지 말고 그냥 인맥 넓히러 왔다고 생각해.”
양윤범이 이렇게 위로하자 서정희는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은 그녀에게 별다른 악의가 없어 네다섯 명이 모여 서정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정희는 그들을 보자 예전의 자유롭게 굴던 대학 생활이 떠올랐다. 그녀도 한때 그들처럼 의료 영역에 대해 능숙하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태양처럼 밝게 빛났었다.
서정희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의 장문을 쳐다봤다. 도대체 언제부터 그녀는 이렇게 우물쭈물하며 생기를 잃게 된 걸까?
결혼은 그녀에게 상처 말고 또 무엇을 주었던 걸까?
모두의 대화 속에서 서정희는 별안간 중요한 키워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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