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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

비록 전아영도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방금 염정훈의 반응은 백지연을 편애하고 있는 게 명확했다. 하나의 관계에서 편애를 받지 못하는 쪽은 패자였다. 그의 모든 말은 서정희의 심장을 찔렀고, 서정희는 지금 조금의 상처도 받을 수 없었다. 아까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서정희는 도리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전아영에게 물었다. “예비 옷 가지고 있어? 화장실 같이 가자, 옷 갈아입을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떠나는 건 너무 예의가 없잖아.” 전아영이 조금 놀라고 있을 때 서정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에 가서까지도 전아영은 작게 투덜거렸다. “아까 염정훈 그 자식 꼴 봤어? 주먹이 다 울더라. 당장이라도 가서 뚜껑을 다 열어보고 싶었다니까. 쓰레기 자식이 쓰레기 짓 하니까 재활용 쓰레기도 못 될 것 같아!” 서정희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너도 참.” “정희야, 진짜로 남아서 쟤가 내연녀랑 꽁냥대는 거 볼 거야? 너 아직도 못 잊고 있잖아, 결국 괴로운 건 너야.” “네가 그랬잖아. 언젠간 내려놓을 날이 온다고. 게다가 잘못을 한 건 그 사람인데 왜 내가 숨어야 해?” 서정희는 전아영이 건넨 옷 봉투를 들고 탈의실로 향했다. “네 말이 맞아. 단 하루라도 난 나를 위해 살아야 해.” 그녀는 전아영이 준비한 클럽 진심룩이 이렇게 붉을 줄은 몰랐다. 게다가 노출도 심해 그녀의 몸매가 훤히 드러났다. 전아영도 그 모습에 침을 질질 흘렸다. “난 이제서야 C랑 A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걸 알았어. 이 옷 네가 입으니까 대박이다!” 그녀는 서정희에게 붉은 립스틱까지 발라주었다. 이 옷을 다른 사람이 입었다면 천박할 수도 있었겠지만 서정희의 아우라는 그것을 딱 잘 잡아주어, 청순 섹시라는 말은 그녀를 위한 단어 같았다. “가자.” 서정희는 하이힐을 밟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단발은 그녀를 더욱 세련되고 쿨하게 만들어줬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여수정은 또 질투 섞인 코웃음을 쳤다. “요란하게도 입었네.” 익숙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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