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7장

서정희는 그 말을 마친 뒤 휴대폰을 한쪽에 내버려두고 민 의사에게 협조했다. “사모님, 이런 상황에서는 수술을 해드릴 수 없으니 사모님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반드시 빨리 아이를 낳아야 해요. 안 그럼 두 아이 모두 질식으로 죽게 될 거예요. 조금만 더 힘을 주세요, 자궁구가 열렸어요.” 서정희는 태아의 머리가 아래로 미끄러지는 게 느껴졌다. 감싸고 있던 양수가 없어진 탓인지 두 아이 모두 그녀의 뱃속에서 허둥지둥 마구 발버둥 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해변 위에 밀려 나온 물고기마냥 그녀처럼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아가들아, 조금만 버텨, 아빠가 금방 데리러 올 거야. 괜찮아, 괜찮을 거야. 엄마가 있어. 엄마는 절대로 너희들을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거야.” 비록 이런 일을 한 번 겪었었지만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자 그녀는 전보다 더 두렵고 고통스러웠다. 온몸이 미친 듯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때문인지 추위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보다 너 열악한 환경에서 출생하는 임산부는 없을 듯했다. 고통에 서정희는 숨이 다 턱 막힐 지경이었다. 전화 너머도 몹시 소란스러웠지만 염정훈의 목소리만은 내내 끊기지 않았다. “정희야, 곧 있으면 도착해. 조금만 버텨.” “정희야, 사랑해. 정말 사랑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날 떠나지 마!” “아이들도 무사할 거야. 너도 무사할 거고.” “정희야….” 서정희는 이미 말할 기력도 없었다. 저 멀리있는 명훈의 총 총알이 전부 떨어진 것을 쳐다봤다. 위에 있는 사람들은 마치 개미군단마냥, 쓰러지면 또 누군가가 나타났다. 누굴까? 도대체 누가 이렇게 큰 판을 벌인 걸까? 이렇게 큰돈을 들여 수많은 용병을 고용할 정도라면 상대는 자신에게 대체 얼마나 깊은 원한을 가지고 있는 걸까? 염화진인가? 하지만 서정희는 무의식적으로 이번 일은 염화진의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충은 주로 독을 쓰듯 만약 정말로 자신을 죽이려 들었다면 일찍이 2년 전에 이미 소리 소문 없이 자신을 죽였을 것이다. 느낌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