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6장

그 말에 뒤에 있던 민 의사마저 당황했다. “사모님, 저 놀라게 하지 마세요.” “저 전에도 바다에서 아이를 조산한 적 있어요. 그때랑 느낌이 똑같아요.” “사모님, 저 꼭 잡으세요.” 명훈은 조금도 지체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재빨리 서정희를 데리고 뭍으로 나갔다. 그는 힘겹게 서정희를 끌어올린 뒤 몸에서 조명을 꺼냈다. 서정희는 온몸이 물이라 이게 바닷물인지 양수인지 가릴 수가 없었다. 민 의사는 차갑게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디 봐요.” 양수 이외에 붉은 피도 흐르고 있어 민 의사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큰일났어요. 사모님 양수가 터진 데다 피까지 흐르고 있어요.” 그저 양수만 터졌다면 아이를 조산할 수 있다는 것이었지만 피까지 흐른다는 건 상황이 복잡하다는 뜻이었다. 양막이 터지며 주변의 모세혈관이 함께 터져 출혈이 나타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아이의 피라면 정말로 큰일이었다. 서정희는 배가 너무나도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아 이를 악물며 말했다. “민 의사님, 제 아이 좀 구해주세요.” 민 의사는 벼랑을 쳐다봤다. 조산한 임산부를 데리고 벼랑을 올라갈 가능성은 너무 낮았다. 게다가 위쪽에는 적들도 있었다. 설사 그들이 기다릴 수 있다고 해도 아이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민 의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겠어요. 자리를 옮겨요. 제가 아이를 받을게요.” 명훈은 빠르게 시선을 훑어보다 이내 조금 평탄한 암석을 발견했다. 조금 튀어나온 부분은 비바람을 피하기엔 적격이었다. “사모님, 조금만 버티세요. 저희 저쪽으로 가요.” 말을 마친 명훈은 빠르게 서정희를 안아 든 채 암석 아래로 기어 내려갔다. 서정희는 이미 고통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고통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고 아이가 밑으로 내려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이를 한 번 잃어본 적 있는 그녀는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고통보다도 그러한 비극이 다시 한번 펼쳐질까 봐 더 걱정이었다. 보통 7개월 이상의 조산아는 생존 확률이 아주 높았지만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