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5장

그 도리는 서정희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막 겪은 참에 진정이 될 리가 없었다. 민 의사는 끊임없이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그녀를 위로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서제평 씨는 이미 이동했으니 무사하실 거예요. 사모님도 무사하시니 정말 다행이에요.” 다행이라고? 하지만 방금 전, 그녀는 가장 친한 친구를 잃었다. 차는 빠르게 질주했고 이런 속도라면 십몇분이면 하산하여 도로에 진입할 수 있었다. 비는 세차게 내려치고 있었고 빠르게 움직이는 와이퍼도 거센 빗줄기를 전부 긁어내지는 못했다. 산속은 안개도 큰 데다 비도 세차고 바람도 거센 탓에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차를 몰기란 몹시 힘겨웠다. 모든 사람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올랐고 아이는 이미 그녀의 뱃속에서 한참을 발버둥질 치고 있었다. 서정희는 한번 또 한 번 배를 어루만지고 아이를 달래며 훌쩍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애들아, 조금만 얌전히 있어. 그만 말썽부리고. 엄마 여기 있어, 엄마가 너희를 지켜줄 거야.” 그녀의 끊임없는 말을 아이들도 정말로 알아들은 건지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배도 점차 진정이 되었다. 민 의사는 큰 숨을 내쉬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제 몇 분 뒤면 하산할 테니 그때가 되면….” 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눈 부신 헤드라이트가 갑자기 비치더니 거대한 트럭이 굽은 길에서 튀어나왔다. 이미 피하기엔 늦은 상황이었다. 상대는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게 분명해 보였다. 앞뒤로 공격해 반드시 서정희를 잡아내려는 계획이었다. 민 의사는 이미 비명을 지르며 손으로 서정희를 단단히 잡아 어디에도 부딪히지 않게 했다. 산길에 급격한 브레이크 소리가 울렸다. 만약 부딪히게 된다면 지프차라고 해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설령 크게 망가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런 충격에서 서정희의 배에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진다면 아이는 절대로 지킬 수 없었다. 어쩌면 서정희까지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지프차의 속도가 아주 빠른 데다 빗길이 몹시 미끄러워 브레이크를 밟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