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장

오랜만의 동창회에서 오래만에 떠들썩함을 느꼈다. 전아영은 정신없는 말빨로 누구와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인싸였다. 오히려 서정희의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적지 않은 친구들이 앞다투어 찾아와 물었다. “정희야, 너 결혼했다며? 너도 좀 그래, 결혼하는데 동창인 우리를 불러주지도 않고. 우리가 부끄러운 거야?” 서정희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부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가 창피해서 그런 거겠지. 서씨 그룹이 파산했잖아, 그래서 사람들 피해 다니는 걸지도 모르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바로 예전에 서정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여수정이었다. 당시 여씨 집안은 서씨 집안보다 못했고 여수정은 만년 2등이기까지 했었다. 분명 영앤리치 여신 타이틀은 그녀의 것이었는데, 서정희와 함께 있기만 하면 그녀는 빛을 잃게 돼, 이 모든 것을 그녀는 다 서정희의 탓으로 돌렸다. 이제 서정희의 집안도 파산했겠다, 오랫동안 얼굴을 보인 적 없던 서정희가 다시 나타나기까지 했으니 그녀는 당연히 이 좋은 기회를 단단히 잡아 제대로 체면을 깎아줄 심산이었다. 반장 양윤범이 서둘러 분위기를 풀어주었다. “수정아, 그러지 마. 사람이 잘 풀릴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거지, 남 상처에 소금 뿌릴 필요는 없어. 다들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런 재미없는 얘기는 하지 말자.” 여수정은 그를 흘겼지만 그래도 양윤범을 존중하는 마음은 있어 그 화제를 계속 이어가지는 않았다. “그래, 그만할게. 그래도 누군 얼굴이 참 두껍단 말이야. 그동안 얼굴 한 번 비추지 않다가 이제 좋은 일 생기니까 곧바로 나타나서 나눠 먹으려고 하네.” “무슨 좋은 일? 오늘 그냥 동창회 아니었어?” 서정희는 의아한 얼굴을 했다. “진짜로 모르는 거야, 아님 모른 척하는 거야? 오늘 여기 온 애들 다 애연 병원 프로젝트 때문에 온 거잖아?” 서정희는 문득 자신이 일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허송세월하느라 바깥의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잇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윤범이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