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14장

요즘 차안심의 기분은 눈에 띄게 좋아 보였고 종래로 피부 관리를 하지 않던 그녀가 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 그 선배가 그녀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이번의 짧은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오늘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차안심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지만 다소 어색했다. “정희야, 이 옷이 너무 촌스럽지 않을까? 선배는 외국에서 오셨으니 내가 촌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서정희는 그녀의 옷을 빌려주려다 제일 싼 옷도 수백만 원이라는 생각이 떠올라 포기했다. 두 사람은 연애를 전제로 한 만남이니 차안심이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두 사람 사이에는 다른 불순한 의도가 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만약 그 선배도 널 좋아한다면 비닐봉투를 몸에 두른다 해도 예쁘다고 생각할 거야. 걱정하지 말고 당당하게 가.” 차안심은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서정희를 바라보았다. 서정희는 비록 디자인이 심플한 하얀색 치마에 머리를 묶은 채로 아무 화장과 악세서리를 하지 않았지만 마치 우아한 백조 같았다. “알았어, 난 널 따라 배울 거야. 진정, 또 진정해야지. 겨우 남자를 만날 뿐이잖아, 별거 아니야.” 차안심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다가 다시 또 긴장했다. “하지만 그 남자는 내가 오랫동안 짝사랑한 전의현이란 말이야. 난 지금도 우리 첫 만남이 기억나...” 그녀는 턱에 손을 받치고 또 황홀한 표정으로 변했다. 서정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다니까.” 가는 길에 차안심은 서정희의 옆에서 전의현은 얼마나 뛰어난 사람이고, 얼마나 멋있게 나타났다는 등의 말을 끊임없이 재잘거렸다. 그녀의 성화에 서정희는 이제 캠퍼스 로맨스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차가 목적지의 지하 주자창에 도착해서야 차안심은 잠시 말을 멈췄다. “정희야, 정말 내가 같이 안 가줘도 괜찮아?” “괜찮아, 넌 데이트나 잘해, 기회를 꼭 잡아, 화이팅!” 서정희는 차에서 내려 힘을 내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그리